123. 梧窓니 적막한대/ 작가 미상
[원본]
梧窓니 적막한대 細雨는 무삼 일고
風情에 어린 님을 생각니 虛勢연만
만일에 알심곳 잇슬량니면 그도 몰나 (하노라)
[역본]
오동목 창 쓸쓸한데 가랑비는 뭔 일인가
풍경에 비친 임을 생각하니 겉의 기세
만일에 동정심 있으면 그도 몰라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오창’은 글자 그대로 ‘오동목 창’이라고 풀었다. 아마도 ‘오동나무가 비치는 창’일 것 같다. ‘세우’는 ‘가랑비’를 말한다. 오동목 창이 쓸쓸한데 가랑비가 내리니 더욱 을씨년스러울 것 같다. 마음이 젖는다. ‘설상가상’이라는 말을 여기에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풍정’은 ‘정서와 회포를 자아내는 풍치나 경치’를 말한다. 이를 나는 그냥 ‘풍경’이라고 했다. ‘허세’는 ‘실속 없이 과장되게 부풀린 기세’ 또는 ‘실속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를 가리킨다. 그러나 나는 ‘겉의 기세’라고 풀었다. 풍치나 경치에 비친 임을 생각하는 것은 실속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찌 그렇지 아니한가. 종장으로 간다. ‘알심곳’은 ‘알심만’이라는 뜻이다. ‘알심’은 ‘은근히 남을 동정하는 마음이나 정성’ 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야무지고 알찬 힘’을 말한다. 나는 이를 그냥 ‘동정심’이라고 했다. 그래서 작가는 먼일애 동정심 있으면 그도 몰라 한다고 못을 박는다. 과연 ‘알심’은 으뜸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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