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寤寐不忘 우리 임이/ 작가 미상
[원본]
寤寐不忘 우리 임이 지게 열고 드러오니
어우와 임이로다 안으러 하고 다시 보니
헛도이 임은 아니 오고 초생다리라
[역본]
못 잊는 우리 임이 문 열고 들어오니
어이쿠 임이구나 안으려다 다시 보니
헛되게 임은 안 오고 초승달만 뜨더라.
[감상]
초장을 본다. ‘오매불망’은 ‘자나 깨나 잊지 못함’을 가리킨다. 그리고 ‘지게’는 ‘지게문’을 나타낸다. 지게문은 옛날식 가옥에서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으로 흔히 돌쩌귀를 달아 여닫는 문이다.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싸서 바른다. 마루에서 그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이다. 누가? 임이. 중장을 본다. 얼마나 좋을까?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났을 게 뻔하다. 그러니 달려가서 껴안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인가? 의심이 번쩍 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이제는 종장으로 가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임은 안 오고 바에 초승달만 뜨고 있었다. 원본에 ‘초생달’은 ‘초승달’의 잘못 표기로 본다. ‘초승달’은 ‘초승에 뜨는 달’이다. 이 작품은 ‘악부 羅孫本 748’로 수록되어 있다. 임에 관한 시조는 참으로 많다. 그 중에서 이 작품은 사실성으로 보아서 아주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 임이 방으로 들어오고 그걸 보고 안으려고 하니 삼삼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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