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오려논에 물 시러 노코/ 작가 미상
[원본]
오려논에 물 시러 노코 고소대에 올나보니
나 심은 오됴밧혜 새 안져스니 아희야 네 말려 쥬렴
아모리 우여라 날녀도 감도라듬네.
[역본]
올벼 논에 물 담고서 고소대에 올라보니
올조 밭에 새 앉았으니 젊은이야 네 말리렴
아무리 ‘우여’ 날려도 빙빙 돌다 다시 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오려논’은 ‘올벼를 심은 논’이다. 이는 이른바 일찍 익는 조생종이다. 이 논에 물을 담아 놓는다. 그런 후에는 마음이 느긋하다. 그래서인지 ‘고소대’를 오른다고 한다. ‘고소대’는 어느 대인가? 이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오나라의 서울인 지금 강서성의 오왕 부차가 미녀 서시를 위해 쌓은 대의 이름이다. 겨우 올벼 논에 물 대고서 고소대를 오른다니! 참으로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그 기분은 조금 알 것 같다. 중장으로 간다. ‘오됴밧혜’는 ‘올조 밭에’를 가리키는 성싶다. 올조 밭에 새가 앉았으니 새가 먹지 못하게 쫓아 버리라는 뜻이라고 본다. 농가에서는 새 쫓는 일이 잣다. 허수아비를 세워 보기도 하고, 그물을 쳐 보기도 한다. 그러나 약은 새떼들은 잘 속지 않는다. 코웃음을 칠 뿐이다. 그래서 젊은이에게 당부한다. 그래도 젊은이라면 힘들어도 쉬지 않고 새를 쫓을 테니까. 종장으로 간다. ‘우여’는 ‘새들을 쫓는 소리’이다. 그래도 새들은 근처를 빙빙 돌다가 다시 내린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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