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寤寐不忘 우리 임이/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7. 10:24

121. 寤寐不忘 우리 임이/ 작가 미상

 

[원본]

 

寤寐不忘 우리 임이 지게 열고 드러오니

어우와 임이로다 안으러 하고 다시 보니

헛도이 임은 아니 오고 초생다리라

 

 

 

[역본]

 

못 잊는 우리 임이 문 열고 들어오니

어이쿠 임이구나 안으려다 다시 보니

헛되게 임은 안 오고 초승달만 뜨더라.

 

 

 

[감상]

 

  초장을 본다. ‘오매불망자나 깨나 잊지 못함을 가리킨다. 그리고 지게지게문을 나타낸다. 지게문은 옛날식 가옥에서 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으로 흔히 돌쩌귀를 달아 여닫는 문이다. 안팎을 두꺼운 종이로 싸서 바른다. 마루에서 그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이다. 누가? 임이. 중장을 본다. 얼마나 좋을까?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났을 게 뻔하다. 그러니 달려가서 껴안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인가? 의심이 번쩍 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이제는 종장으로 가야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임은 안 오고 바에 초승달만 뜨고 있었다. 원본에 초생달초승달의 잘못 표기로 본다. ‘초승달초승에 뜨는 달이다. 이 작품은 악부 羅孫本 748’로 수록되어 있다. 임에 관한 시조는 참으로 많다. 그 중에서 이 작품은 사실성으로 보아서 아주 높은 수준을 지니고 있다. 임이 방으로 들어오고 그걸 보고 안으려고 하니 삼삼하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