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오날도 심심하니/ 작가 미상
[원본]
오날도 심심하니 무어스로 쇼일 하리
玉壺에 술을 엿고 寥寂村을 가리로다
이루엇 일 없는 버지 안주 메고 따르드라.
[역본]
오늘도 따분하니 무엇으로 하루 놀까
옥 술병에 술을 담고 적막 마을 찾아가자
벗이야 약속 없어도 안주 메고 따르네.
[감상]
초장으로 간다. ‘쇼일’은 ‘消日’일 것 같다. 즉, 어떠한 것에 재미를 붙여 심심하지 아니하게 세월을 보냄을 말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그날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따분할 게 있겠는가. 그래서 심심하니 무엇으로 이 하루를 보낼까 하는 궁리를 하게 된다. 중장으로 간다. ‘옥호’는 ‘옥으로 만든 술병’이기도 하고 ‘술병을 아름답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요적촌’은 ‘고요하고 적막한 마을’이다. 나는 이를 그저 ‘적막 마을’이라고 했다. 왜, 술 담은 술병을 들고 요적촌을 찾아가는가? 시끄러운 장터 같은 곳에서 술을 마시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좋은 술이수록 조용한 곳으로 가서 오붓하게 마시는 게 별미일 것도 같다. 옥 술병이니 아무 술이나 담았을 리가 없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그런데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말없이 벗이 안주를 메고 따른다. 이럴 경우를 가리켜서 ‘이심전심’이라고 하는가. 그런 벗이라면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권하는 맛이 있어야 하니.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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