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一生에 얄뮈올손/ 작가 미상
[원본]
一生에 얄뮈올손 거믜밧긔 또 잇는가
제배를 푸러내여 망녕그물 매자 두고
꽃보고 넘노난 나뷔를 다잡으려 하난니.
[역본]
한 삶에 얄미운 건 거미밖에 또 있는가
제 배를 풀어 내어 망령 그물 짜 놓고서
꽃들과 노는 나비를 붙잡고자 한다니.
[감상]
초장을 본다. ‘얄뮈올손’은 ‘얄미운 것은’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왜 거미가 가장 얄미운 존재라고 말하는가. 그 이유가 반드시 있을 터이다. 얼른 중장으로 간다. 제 배를 풀어 낸다는 뜻은 그 몸의 꽁무니에서 거미줄을 내어서 그물을 친단ㄴ 말이다. 그런데 그것을 ‘망령 그물’이라고 했다. ‘매자 두고’는 ‘맺어 두고’인데, ‘짜 놓는다.’라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왜 ‘망령’이라는 단어를 넣었을까. 이 망령은 ‘妄靈’을 말하는 것 같은데, ‘늙거나 정신이 흐려 말이나 행동이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를 이른다. ‘망령 그물’이란 ‘비정상적인 그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종장으로 간다. ‘넘노난’은 ‘넘나들며 노는’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다잡으려’는 ‘다그쳐 붙잡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판본에는 ‘다 잡으려’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뜻이 약간 바뀐다. 즉, ‘모두 잡으려고’로 풀이된다. 아름다운 꽃들과 어울려서 춤추며 노는 나비를 잡는 일은 좋지 못하다. 해서 얄밉다는 마음을 못 버린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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