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일허도 슬퍼 마오/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1. 4. 06:29

177. 일허도 슬퍼 마오/ 작가 미상

 

[원본]

 

일허도 슬퍼 마오 어더도 즐겨 마오

락원 츈반도 긔호망하나니

일됴매 장신고 만나면 그리명 당하리라.

 

 

 

[역본]

 

잃어도 슬퍼 마오, 얻어도 즐겨 마오

좋은 곳 그 봄나물도 잊혀지게 되는 것을

만일에 긴 고생 만나면 그리하며 당하네.

 

 

 

[감상]

 

  초장을 본다. 잃는다고 슬할 것도 없고 얻는다고 즐거워할 것도 없다는 말은 너무 당연한 말이다. 본래 내 것은 없다. 잠시 나에게로 왔다가 다시 남에게로 간다. 그러니 즐거울 것도 없고 슬퍼할 것도 없다. 중장으로 간다. ‘락원 츈반樂園 春盤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낙원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이고, ‘춘반입춘 날에 궁중에서 진상된 햇나물로 차리던 음식을 말한다. 그리고 긔호망하나니幾乎忘하나니로 보는데, 이는 거의 잊혀지게 되나니라는 뜻이다. 아무리 봄나물일지라도 먹고 나면 그 맛을 금방 잊고 만다는 뜻이 아닐까. 보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맡는 것 등이 모두 그때뿐이다. 종장으로 간다. ‘일됴매에는 일조에인데 하루 아침에또는 만일의 경우에등의 뜻을 지닌다. ‘장신고長辛苦일 듯싶은데, ‘오래 계속되는 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씀또는 그런 고생을 말한다. ‘그리명그리하며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