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일허도 슬퍼 마오/ 작가 미상
[원본]
일허도 슬퍼 마오 어더도 즐겨 마오
락원 츈반도 긔호망하나니
일됴매 장신고 만나면 그리명 당하리라.
[역본]
잃어도 슬퍼 마오, 얻어도 즐겨 마오
좋은 곳 그 봄나물도 잊혀지게 되는 것을
만일에 긴 고생 만나면 그리하며 당하네.
[감상]
초장을 본다. 잃는다고 슬할 것도 없고 얻는다고 즐거워할 것도 없다는 말은 너무 당연한 말이다. 본래 내 것은 없다. 잠시 나에게로 왔다가 다시 남에게로 간다. 그러니 즐거울 것도 없고 슬퍼할 것도 없다. 중장으로 간다. ‘락원 츈반’은 ‘樂園 春盤’을 말하는 것 같은데, ‘낙원’은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이고, ‘춘반’은 ‘입춘 날에 궁중에서 진상된 햇나물로 차리던 음식’을 말한다. 그리고 ‘긔호망하나니’는 ‘幾乎忘하나니’로 보는데, 이는 ‘거의 잊혀지게 되나니’라는 뜻이다. 아무리 봄나물일지라도 먹고 나면 그 맛을 금방 잊고 만다는 뜻이 아닐까. 보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맡는 것 등이 모두 그때뿐이다. 종장으로 간다. ‘일됴매’에는 ‘일조에’인데 ‘하루 아침에’ 또는 ‘만일의 경우에’ 등의 뜻을 지닌다. ‘장신고’는 ‘長辛苦’일 듯싶은데, ‘오래 계속되는 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씀’ 또는 ‘그런 고생’을 말한다. ‘그리명’은 ‘그리하며’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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