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綺窓아래 피온 꼿치/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2. 10. 06:25

288. 綺窓아래 피온 꼿치/ 작가 미상

 

[원본]

 

綺窓아래 피온 꼿치 어제 픤가 그제 픤가

날 보고 반겨 픤가 이슬에 졀노 픤가

아마도 졀노 픤 꼿치니 이우도록 보리라.

 

 

 

[역본]

 

깁 창 아래 피운 꽃이 어제 폈나 그제 폈나

날 보고 반겨 폈나 이슬 먹고 절로 폈나

아마도 절로 핀 꽃 같으니 시들도록 보겠다.

 

 

 

[감상]

 

  초장을 본다. ‘기창사창을 말하는데, ‘깁으로 바른 창이다. 깁으로 발라서 정성껏 매만진 창을 열고 보니 그 아래에 예쁜 꽃이 보인다. 그 꽃은 핀 꽃이 아니라 피운 꽃이다. ‘피었다.’라고 하면 때에 따라 그냥 피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닌는데, ‘피웠다.’라고 하면 무슨 까닭이 있어서 피었다는 느낌이 든다. 또 그 꽃이 나도 모르게 어제인지 그제인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중장으로 간다. 그래서 작가는 날 보고 반가워서 피운 것인가, 아니라면 이슬을 먹고 그 시원함에 피운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설마하니 꽃이 사람을 보고 반겨서 꽃을 피웠겠는가마는, 마음에 조금은 기대가 있었던 성싶다. 그러나 이내, 이슬을 먹고 그 기쁨에 꽃을 피운 것이겠지 하고 마음을 돌린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 종장으로 간다. 결론을 내리기를 순리적으로 절로 핀 꽃이라고 인정한다. 그리고 마음 편하게 시들도록 보겠다고 한다. ‘이우도록시들도록이라는 뜻이로, ‘점점 쇠약해지다.’라는 의미가 있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