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 가마괴 깍깍한들/ 작가 미상
[원본]
가마괴 깍깍한들 사람마다 더 주그랴
비록 깍깍한들 네 죽으며 내 죽으랴
眞實노 죽기 곳 죽으면 님의 님이 죽으리라.
[역본]
까마귀 깍깍 한들 사람마다 다 죽으랴
그렇대도 깍깍 울면 너 죽으며 나 죽을까
정말로 죽을 것 같으면 임의 임이 죽으리.
[감상]
이 시조는 제목이 있다. 바로 ‘염정’(艶情)이다. ‘염정’은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시조의 내용을 보면, 아무래도 제목을 잘못 붙인 것 같다. 이 시조의 제목은 ‘짝사랑’이라고 해야 맞는다. 초장을 본다. “까마귀가 깍깍 운다고 모든 사람이 다 죽겠느냐?”라고 묻는다. 예전에는 까마귀가 검기 때문에 어두운 저승과 결부하여 ‘죽음’을 생각하게 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까마귀가 울면 누군가가 죽는다는 속설까지 생겼다. 중장을 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까마귀가 울면 “네가 죽겠냐 내가 죽겠냐?”라고 반문한다. 까마귀와 죽음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종장으로 간다. 그런 확신을 보이면서도 혹시나 그 말이 맞는다면 죽었으면 좋을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이야말로 내가 짝사랑을 하고 있는 그 임과 사랑을 하고 있는, 진짜 임이 죽었으면 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연적 제거’(戀敵 除去)를 뜻한다. 이는, 비겁하다. 경쟁을 해야 한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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