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 가노라 다시보자/ 작가 미상
[원본]
가노라 다시보자 그립거든 어이 살고
비록 千里라타 꿈의야 아니보랴
꿈깨야 겻희 업사면 그를 어이 하리오.
[역본]
가겠으니 다시 보자 그리우면 어찌 살까
비록 멀리 가더라도 꿈에서야 안 보겠냐
꿈 깨어 곁에 없으면 그걸 어찌 견딜까.
[감상]
초장을 본다. 이제 떠나려고 하는데, 막상 가려고 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보고자 한다. 그리 떠나면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일이란 앞을 장담할 수가 없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얼굴을 재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리우면 어떻게 살지 앞길이 막막하다. 그 깊은 심정을 노래했다. 중장을 본다. 그래서 가느다란 희망의 줄을 놓지 않는다. 비록 몸을 멀리 떨어져 있게 되더라도, 꿈에서야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참으로 가련하다. 꿈에서 잠깐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그리움을 해소시켜 줄 것인가. 실낱 같은 기대다. ‘천리라타’는 ‘천리라고 하더라도’라는 뜻이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꿈이란 것은 반드시 깨게 마련이다. 아무리 꿈 속에서 만나 기쁨을 나눈다고 하여도 깨고 나면 모두 헛것인데, 그때의 허전함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 이를 가리켜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한다. ‘아무 흔적도 없는 봄밤 꿈’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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