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집지어 구룸으로 덥고/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4. 3. 18. 10:34

366. 집지어 구룸으로 덥고/ 작가 미상

 

[원본]

 

집지어 구룸으로 덥고 우물파 달띄우고

春風으로 비올매야 지난 꼿을 쓸오리라

世上事無閑身은 나뿐인가 하노라.

 

 

 

[역본]

 

집 지어 구름 얹고 우물 파서 달 띄우고

빗자루는 그 봄바람, 지는 꽃을 쓸겠는데

이 세상 한가한 이는 나뿐인가 여긴다네.

 

 

 

[감상]

 

  초장을 본다. 집을 지어서 구름으로 덮는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감춘다는 뜻이 아닌가? 감추려고 한다면 작게 지어야 한다. 아무리 구름이 크다고 한들 어찌 오래 집을 감출 수 있을까. 그리고 우물을 파서 달 띄우려면 작게 파서는 안 되리라. 그러니 이 우물은 집 앞에 파는 우물이 아니라, 거슴에 파는 마음의 우물이 틀림없다. 초가 삼간 집에 살면서 마음의 우물을 파고 달을 띄우겠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일 것 같다. 중장을 본다. 봄바람으로 배를 맨다고 했는데, 시조의 소리걸음이 이를 잘 수용하지 못하여 빗자루는 그 봄바람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꽃은 파어 있을 때가 아름답지, 지고 나면 보기 흉하다. 그러니 쓸어 내야 한다. 그러나 아무 비로 쓸 수는 없다. 봄바람으로 엮은 빗자루라야 한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사무한신별로 하는 일 없이 한가한 사람을 가리킨다. 왜 그러한가. 집 지어서 구름 덮고 우물 파서 달 띄우고 봄바람으로 꽃을 쓰니 어찌 한가하지 아니한가(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