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 갈길이 머다하나/ 작가 미상
[원본]
갈길이 머다하나 져 재 너머 내집이라
細路松林의 달이 조차 더다 온다
갓득이 글먹는 나귀를 모라 무슴하리.
[역본]
갈 길이 멀다 하나 고개 너머 내집이다
그 솔숲 좁은 길에 달이 또한 돋는구나
제대로 못 먹인 당나귀 몰아 가서 되겠냐.
[감상]
초장을 본다. 어디 먼 곳을 다녀오고 있는 중인가 보다. 갈 길이 멀다고 여겨서 일찍부터 서둘러 온 것 같은데, 이제는 고개 너머에 작가의 집이 있단다. 이는, 자기 집에 거의 도달했다는 뜻을 지닌다. 참 많이도 걸었겠으므로 피곤할 때도 되었다. 하자먼 집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새로 힘도 솟았을 것 같다. 중장을 본다. ‘세로송림’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 솔숲 좁은 길에’라고 풀었다. 그 좁은 오솔길에 달이 돋으면 그 길이 환하게 보일 게 아니겠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길을 달까지 비추어 주니 더욱 힘이 생겼을 성싶다. 달이 떴으니 어두운 분위기일 텐데, 밝은 달이 환하게 뜨니 환상적인 분위기로 바뀌어졌다. 이런 상태라면 이 작가는 느긋한 마음을 지닐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굴먹은’은 ‘살찔 만큼은 못 먹은’이라는 뜻이리고 한다. 이를 나를 말을 바꾸어서 ‘제대로 못 먹인’이라고 풀었다. 그래서 그 당나귀를 측은하게 여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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