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뭇노라 부나븨야/ 이 정 보
[원본]
뭇노라 부나븨야 네 뜻을 내 몰래라
한나븨 죽은後에 또한나븨 딸아온이
암을이 프새옛 즘생인들 너죽을줄 모르는다.
[역본]
묻노라 불나방아 네 뜻을 난 모르겠다
한 나비 죽은 후에 또 한 나비 따라오니
아무리 풀 벌레라도 너 죽는 줄 모르냐.
[감상]
이정보(李鼎輔 1693~ 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본관은 연안(延安), 자(字)는 ‘사수’(士受)이고 호(號)는 ‘삼주’(三洲) 또는 ‘보객정’(報客亭)이라고 한다. 1721년 진사과에 합격하고 1732년 정시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시작으로 몇 직책을 거치고 만년에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에 이르렀다. 사대부 시조작가로서 시조의 주축을 평민층으로 옮기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장을 본다. ‘부나븨’는 ‘부나비’인데, 이는 ‘부나방’을 가리키는 성싶다. ‘부나방’은 ‘불나방’을 가리킨다. 물론, 조선 후기의 명칭으로 보아서 그렇다. 중장으로 간다. 왜 ‘불나방’이란 이름을 얻었을까? 이 나방들은 밤중에 불빛을 보면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본능적이다. 뜨거운 줄도 모르고 죽는 줄도 모른다. 종장으로 간다. ‘프새옛 즘생’은 ‘풀벌레’를 가리키는 듯싶다. 이 시조는 ‘불나방’처럼 ‘벼슬자리’에 연연하여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사람들을 빗대어 지었디.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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