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곳 피면 달 생각하고/ 이 정 보
[원본]
곳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발그면 술생각하고
곳 픠쟈 달 밝쟈 술 어듸면 벗 생각하니
언제면 곳 아래 벗 다리고 翫月長醉하려뇨.
[역본]
꽃 피면 달 바라고 달 밝으면 술 챙기고
꽃 피고 달 오르고 술 얻으면 벗 떠올리네
언제면 꽃과 벗 함께 달을 보며 취하려나.
[감상]
이정보(李鼎輔 1693~ 1766)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본관은 연안(延安), 자(字)는 ‘사수’(士受)이고 호(號)는 ‘삼주’(三洲) 또는 ‘보객정’(報客亭)이라고 한다. 1721년 진사과에 합격하고 1732년 정시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예문관검열(藝文館檢閱)을 시작으로 몇 직책을 거치고 만년에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에 이르렀다. 사대부 시조작가로서 시조의 주축을 평민층으로 옮기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장을 본다. ‘생각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너무 같은 말을 반복하면 잔소리가 된다. 그래서 말을 좀 바꿨다. 여기에서는 즐거움을 넷으로 표시했다. 꽃과 달과 술, 그리고 벗이다. 꽃이 피고 달이 뜨고 술까지 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벗뿐이다. 벗이야 오라고 청할 수도 있으나, 각자 살아가기에 바쁘니 자리를 함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울 수만은 없다. 이제는 종장으로 간다. ‘완월장취’는 ‘달을 구경하며 길게 술에 취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게 언제 이루어질는지, 작가는 그 일을 꿈꾼다.(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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