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무는 우리의 영혼을 푸르게 만든다
김 재 황
사실, 우리나라는 좋은 물맛 때문에 다문화(茶文化)가 그리 발달을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중국만 하더라도 물이 좋지 못해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차를 즐겼다. 우리나라로 중국의 차가 들어온 시기는 신라의 선덕여왕 때라고 한다. 당나라에 갔던 김대렴이란 사람이 차나무의 열매를 가지고 온 것이,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재배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생차엽을 발효시킨 홍차(紅茶)보다는, 찻잎을 살짝 덖어서 비벼 가지고 건조시킨 녹차(綠茶)가 더 선호되었을 성싶다. 차는 여러 가지 맛을 지니고 있다. 즉, 시고(酸) 맵고(辛) 쓰고(苦) 떫고(澁) 달다(甘). 이 다섯 가지 맛이 그 차의 특성을 좌우한다. 그리고 이 맛들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 준다. 말하자면, 매운맛은 폐장, 신맛은 간장을, 단맛은 비장을, 짠맛은 신장을, 그리고 쓴맛은 심장을 보호한다.
옛날에는 ‘봉차의식’(封茶儀式)이 있어서 결혼을 할 때에는 그 예물로 차를 넣어서 보냈다. 이렇듯 우리의 실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았던 차이다.
차나무는 늘푸른나무이다. 그 1년생 가지는 갈색이지만, 2년생이 되면 회갈색으로 변한다. 잎은 마주 나고, 끝이 뾰족한 길둥근꼴이다. 꽃은 10월 경에 많이 핀다. 희고 향기가 있으며, 꽃잎은 7개 안팎이다.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꽃의 모습이 귀엽기 이를 데 없다. 열매는 편구형(偏球形)인데, 지름은 2m 정도이고, 꽃이 핀 다음해 가을에 다갈색(茶褐色)으로 익는다. 어린 잎을 차로 이용한다. 채차(採茶)를 할 때에는 곡우절 닷새 앞날에 행하는 게 좋고, 특히 봄이 되어서 찻잎이 막 돋아날 때에 딴 잎을 작설차(雀舌茶)라고 한다. 그 잎이 참새의 혓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찻잎은 보랏빛을 띠는 게 최상품이다. 광택이 생기고 뻣뻣해지면, 이미 차의 재료로서는 그 가치를 잃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찻잎을 따는 데에도 적당한 때가 있다. 이를테면, 밤새 구름이 끼지 않고 이슬이 내리고 난 아침에 딴 것이 좋다. 그리고 차나무가 자라는 장소도 중요하다. 밭에서 기르는 차나무보다는, 깊은 산의 골짜기에서 자라는 차나무의 잎을 상품(上品)으로 친다.
문헌을 보면, 중국의 사천성(泗川省)과 티벹의 경계에 해당하는 고산지대가 차나무의 원산지라고 한다. 학자들은 그 차나무 종류를 네 그룹으로 나누어 놓았다. 그 하나가 ‘보헤아’(Bochea)라는 변종으로, 중국 소엽종(小葉種)이다. 이 나무들로는 녹차를 생산한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차나무 종류이다. 또 하나는 ‘마크로필라’(Macrophylla)로, 중국 대엽종(大葉種)이다. 이 나무들은 중국의 사천이나 운남(雲南)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아사미카’(Assamica)라는 변종으로, 인도 대엽종이다. 이 차나무들은 인도를 비롯해서 스리랑카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홍차를 만들기 위헤 많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샨’(Shan)으로, 인도 소엽종이다. 이들은 버머 북부의 샨 지방을 위시하여 태국과 인도반도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차나무들이다. 이 차나무들도 홍차를 만들기 위해 재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