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에서 좇고 있는 화두
설악의 뿌리
바다 연꽃
붉은 향기에 닿은 바위틈으로
잦아드는 파도
파도에 한없이 출렁이는
꽃잎 지붕
법당 마루에서
바다를 수직으로 내려다보고 절하다
---윤성호의 ‘홍련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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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고 눈을 감으면 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깎아지른 듯한 벼랑 위에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어떤 고승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홀로 벽면수행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그 곳. 이 시의 첫 행으로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즉, 설악산의 뿌리께에 해당하는 속초 쪽인 듯하고, 바다는 '동해'가 분명하다.
벼랑 위에 외롭게 앉아서 '화두'를 좇고 있는 그 암자야말로, 저 하늘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 송이의 바다 연꽃이다. 그 아름다운 연꽃에서는 노을빛 붉은 향기가 풍긴다. 그 향기가 닿는 곳이라면, 바위틈에서라도, 그 사나운 파도마저 스르르 잦아들고 만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붉은 향기야말로 모두를 '지어지선'(止於至善)에 이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암자 자신은 홀로 파도에 출렁인다. 아니, 그 암자의 꽃잎 지붕이 흔들린다. 그렇다. 그 암자가 연꽃이니, 그 암자의 지붕은 꽃잎이리라. 연꽃은 물결에 흔들리지만, 그 향기는 세상을 착함에 머무르게 한다.
마지막 2행은 읽는 이로 하여금 두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연꽃 같은 암자를 찾은 시인은, 왜 법당 마루에서 바다를 수직으로 내려다보고 절했을까? 바다 연꽃의 존재를 만나게 한 고마움에 그랬는지, 바다로 인해 그러한 아름다운 시상을 얻었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그 상상은 독자들의 몫이다. (김재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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