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 30편) 22. 소나기 연가 소나기 연가 김 재 황 마당에 대나무 숲이 일어선다. 빈 가지마다 옛 이야기는 젖어들고 그리운 얼굴들이 죽순처럼 돋아난다. 번쩍번쩍 치는 번개를 따라 우르르 쾅쾅 우는 천둥소리에 어둠 속에 갇혔던 댓잎들이 풀려난다. 까닭 없이 맹꽁이는 왜 그리 울고 보릿고개는 어찌 그리 구불거렸던지 장끼 .. 시 2009.06.12
(자선시조 30편) 7. 큰 걸음을 내딛는다 큰 걸음을 내딛는다 김 재 황 긴 다리 넓게 편다, 미끄러운 수면 위에 어찌나 잔잔한지 맑게 비치는 하늘 길 조그만 소금쟁이가 큰 걸음을 내딛는다. 둥근 잎 띄워 놓고 연꽃 웃는 한여름에 소나기 다녀가고 바람도 떠난 물 마당 도저히 내가 못 따를 기적의 춤 내보인다. 시조 2008.11.01
(자선시 30편) 24. 소나기 목욕 소나기 목욕 김 재 황 세찬 빗발 속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에 버짐 핀 얼굴로 ‘소나기 목욕’을 하던 일이 떠오르네. 벌거벗고 마당 한가운데로 나가 그저 서 있기만 하면 소나기가 알아서 몸을 다 씻겨 주었지 우리는 간지러움에 낄낄거렸네. 저 플라타너스도 그때 그 재미 알.. 시 2008.10.19
(자선시 30편) 8. 시치미를 뗄까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소나기가 내려서 앞동산이 얼굴 씻고 웃는 날 나는 질경이가 되어 볼일 덜 끝낸 구름의 궁둥이나 쳐다볼까 짓궂게 발을 걸어 뛰어가는 바람이나 넘어뜨릴까 그리하다가 그분에게 들키면 짐짓 먼 산 바라보며 시치미를 뗄까 얼굴에 멋쩍은 웃음 흘리며 뒤통수를 긁을까. 시 2008.10.03
(1) 언덕 위의 두 아이들 (1) 어린이들에게는 들과 산이 아주 좋은 놀이터입니다. “우리, 저 언덕 위에까지 뛰어 보자!” 어린 나폴레옹이 친구를 바라보며 힘차게 말했습니다. “좋아!” 친구도 맞장구를 쳤고, 두 어린이는 일시에 가파른 언덕 위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서 ‘맞장구를 치다.’는, ‘남의 말에 호응하.. 봉쥬르, 나폴레옹 2008.08.18
영화감상3 노빙화(魯冰花) (원제, THE DULL-ICE FLOWER) 김 재 황 “여러분이 보시는 꽃은 노빙화이여요. 농부가 차밭에 심으면, 봄에 꽃이 피어요. 그러나 얼마 후에 시들면 농부가 차나무 밑에 두고 흙으로 덮지요. 그러면 노빙화는 비료가 되어서 차나무를 잘 자라게 만들지요. 노빙화는 죽어서 향기로운 차를 .. 감상문 200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