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시 30편) 8. 시치미를 뗄까

시조시인 2008. 10. 3. 03:59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소나기가 내려서

앞동산이 얼굴 씻고 웃는 날


나는 질경이가 되어


볼일 덜 끝낸

구름의 궁둥이나 쳐다볼까


짓궂게 발을 걸어

뛰어가는 바람이나 넘어뜨릴까


그리하다가 그분에게 들키면


짐짓 먼 산 바라보며

시치미를 뗄까


얼굴에 멋쩍은 웃음 흘리며

뒤통수를 긁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