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16) 나폴레옹의 형제위수족

시조시인 2008. 12. 22. 05:49

(116)

   그 동안 나폴레옹도, 연전연승만 한 게 아니라, 이렇듯 전쟁에서 질 때도 더러 있었습니다. ‘연전연승’(連戰連勝)은 ‘싸울 때마다 이김’을 말합니다. ‘병가상사’(兵家常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이기고 지는 일은 전쟁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 말을 ‘한 번의 실패에 절망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고 있지요. 즉, ‘한 번의 실패는 병가상사이니라.’라고 말입니다.

프랑스 해군이 전멸해 버렸으니, 영국으로 쳐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영국을 정복해야 하겠다는 나폴레옹의 계획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거품’은, ‘물에 생기는 거품’을 이르기도 하지만, ‘노력이 헛되게 된 상태나 결과’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한자말로는 ‘부말’(浮沫) 또는 ‘수포’(水泡)라고 합니다.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었겠지요. 하는 수 없이 나폴레옹은 영국과 언기식고하게 되었습니다. ‘언기식고’(偃旗息鼓)는, ‘군대의 깃발을 누이고 북을 쉰다.’는 뜻으로, 곧 ‘휴전’(休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나폴레옹은 다른 방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방편’(方便)은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일시적인 수단이나 편리한 방법’을 말합니다. 원래 ‘방편’은 불교에서 쓰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방’(方)은 ‘방법’을 말하고, ‘편’(便)은 ‘편리’를 가리킵니다. 이는, ‘부처님이나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편의적인 방법’을 이릅니다.

‘그렇다면, 영국은 다음으로 미루자. 영국을 공격하는 일은, 늘 프랑스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주위의 여러 나라를 정복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영국과는 장구지계를 취하기로 작정하고, 나폴레옹은 방향을 돌려서 오스트리아를 공격하여 무릎을 꿇렸습니다. ‘장구지계’(長久之計)는 어떤 일이 ‘오래 계속되도록 도모하는 계책’입니다. 일명 ‘장구지책’(長久之策)이라고도 합니다. 이어서 러시아라든가 프로시아 등과 싸워서 그들도 항복시켜 버렸습니다.

‘프로시아’(Prossia)는 ‘프로이센’(Preussen)의 라틴어입니다. ‘프로이센’은 1871년까지 독일 북동부에 있던 왕국입니다. 또한, 1941년까지는 그 지방의 호칭이기도 했지요. 18세기에 프리드리히 대왕의 다스림으로 강국의 지위를 굳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전쟁으로 입은 타격을 시타인(Stein) 등의 개혁으로 재건하여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치른 끝에 1871년에는 프로세인 왕을 황제로 받드는 독일의 통일을 이룩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서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을 정복한 나폴레옹은, 형 조제프를 스페인 왕으로 삼고, 동생 루이는 네덜란드의 왕좌에 앉혔습니다. 이로 미루어서, 나폴레옹의 치심상존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치심상존’(稚心尙存)이란, ‘어릴 적의 마음이 아직까지 남아 있음’을 말합니다.

나폴레옹은 형제위수족의 생각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로 인해 호가호의의 권세를 누리는 그의 형이나 동생의 행동들을 보면 그에 따르지 못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형제위수족’(兄弟爲手足)은 ‘형제는 몸의 수족과 같이 한 번 잃으면 다시 찾지 못함’을 뜻하고, ‘호가호위’(弧假虎威)는 ‘여우가 범의 위세를 빌려서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에 의지하여 위세를 부림’을 이릅니다.

형인 조제프는, 동생인 나폴레옹과 갈등이 깊었으며 질투심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은 ‘다른 산의 돌이라도 자기의 옥(玉)을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도 자기의 지덕(智德)을 닦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는, ‘시경’(詩經)이라는 책에 씌어 있는 글입니다. 그는, 스페인 왕으로 즉위한 후에 바일렌에서 프랑스 군대가 스페인 반군에게 패하였을 때에 도망쳐 나왔다가 그해에 다시 복직되었습니다. 그 후 1813년에 민중의 저항운동에 의해 프랑스로 물러났지요.

동생인 루이는, 네덜란드의 왕이 된 후에 나폴레옹이나 프랑스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왕으로 있는 네덜란드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를 펼쳤습니다. 그 때문에 나폴레옹의 미움을 사서 왕위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