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쥬르, 나폴레옹

(115) 트라팔가 해전

시조시인 2008. 12. 21. 08:53

(115)

   그런 어느 날, 프랑스 해군은 상극인 영국 해군과 트라팔가 난바다에서 충돌했습니다. ‘상극’(相剋)은 ‘두 사람 또는 사물이 서로 맞지 않거나 마주치면 서로 충돌하는 상태임’을 이르는 말입니다. ‘오행설’(五行說)에서 쓰는 ‘상생상극’(相生相剋)이라는 말에서 나왔답니다. 다시 말해서 ‘상극’이란, ‘쇠는 나무를, 나무는 흙을, 흙은 물을, 물은 불을, 그리고 불은 쇠를 이김’을 이르는 말입니다. 즉, 서로가 가지고 있는 성질이 대립되어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해롭게 함으로써 함께 있을 수 없는 사물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난바다’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넓은 바다’를 이릅니다. 한자말로는 ‘원양’(遠洋) 또는 ‘원해’(遠海)라고도 하지요. 이는, 1805년의 일인데, ‘트라팔가 해전’(Battle of Trafalgar)이라고 부릅니다. ‘트라팔가’는 이베리아(Iberia) 반도의 남서 해안에 위치하는 ‘곶’입니다. ‘곶’은 ‘갑’(岬)이라고도 하지요? 이미 앞에서 설명했으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트라팔가 해전에서는 스페인이 프랑스를 도왔습니다.

그 해전을 치른 영국 해군의 사령관은 ‘넬슨’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매우 용감하고, 지휘를 잘 했을 뿐만 아니라, 팔면육비의 든든한 장군이었습니다. ‘팔면육비’(八面六臂)는 ‘여덟 개의 얼굴과 여섯 개의 팔’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당해도 능히 처리하는 솜씨와 능력이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니 그 싸움에서 프랑스가 질 게 뻔했습니다.

프랑스는 여지없이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패배’(敗北)는 ‘전쟁에 져서 달아남’을 말합니다. 이 ‘패배’라는 글자를 보면, 나는 자꾸 웃음이 나옵니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울 때였습니다. 처음으로 이 한자말을 보고, 나는 ‘패북’이라고 읽었지요. ‘북녘 북’(北) 자는 알고 있었거든요. 나중에야 ‘패할 배’(北)라고도 읽는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패배’와 같은 뜻으로 ‘패주’(敗走)라는 말도 씁니다.

여하튼 영국의 파상공격에 프랑스 해군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습니다. ‘파상공격’(波狀攻擊)은, 물결이 밀려왔다가 밀려가듯이 ‘한 공격 대상에 대하여 끊어졌다가 이어졌다가 하는 공격’을 말합니다. 그리고 ‘참패’(慘敗)는 ‘참혹한 패배’를 이르는데, 보통은 ‘대패’(大敗)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쟁을 하는 중에 영국의 넬슨 사령관은 총탄에 맞아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문득,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과 영국의 넬슨 장군은 해전사의 쌍벽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쌍벽’(雙璧)은 ‘여럿 가운데 우열의 차가 없이 특별히 뛰어난 두 사람이나 물건’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는 ‘두 개의 구슬’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다시 말해서 ‘쌍’(雙)은 ‘두 개’를 가리키고, ‘벽’(璧)은 ‘구슬’을 나타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1598년, 조선조 14대 선조 31년의 정유재란 때입니다. 노량 앞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나라 해군과 마지막 해전을 치렀지요. 그 때 이순신 장군은, 적장 ‘코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거느린 왜선 5백 척을 무찌르고 적의 유탄에 장렬히 전사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영국의 ‘넬슨 사령관’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순국이 다 함께 아름답지 않습니까? ‘순국’(殉國)은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침’을 말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정유재란’의 설명을 잊었네요.

‘정유재란’(丁酉再亂)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에 왜나라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화의조건 말살로 말미암아, 왜나라 장수 카토오 키요마사(加藤淸正)가 14만 대군을 이끌고 다시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난리를 말합니다.(김재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