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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재황씨(67)가 최근 출간한 <숫시인 싯다르타>는 독특한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싯다르타는 석가모니가 출가하기 전 태자 때의 이름이다. 단순한 위인전은 아니고, 소설은 더군다나 아니다. 싯다르타에 대한 다양한 일화와 사상을 시인 나름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하기 쉽게 옮긴 산문집인데, 여기에는 또 군데군데 시인의 시 작품이 들어가 있다. 책의 내용과 연관된 시들이다. 즉, 산문과 운문이 결합된 새로운 장르인 셈이다.
김씨의 이력도 상당히 이채롭다. 초·중·고교를 모두 서울에서 졸업했지만 그는 유난히 산과 나무 등 자연을 좋아했다. 그래서 대학 진학도 고려대 농학과를 택했다. 하지만 대학 시절 그는 고려대 교수로 있던 조지훈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뒤늦게 문학도의 꿈에 빠져들었다. 졸업 후 경기도 농촌진흥원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눈에 띄어 1971년 중앙일보사 개발본부의 팀장으로 입사하게 된다. 김씨는 “당시 이회장님이 용인에 지금의 에버랜드를 만들기 위해 한창 준비할 때였다. 당시 내가 맡은 역할은 에버랜드 조성 사업에 대한 계획도 수립하고 땅도 직접 구입하러 다니고 하는 것이었다. 회장님은 항상 나를 ‘김군’이라고 부르셨다. 남다른 총애를 받으며 함께 참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얘기도 나눴다”라고 기억했다.
하지만 그는 체질적으로 조직의 구성원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는 1978년 제주도로 내려가서 농장을 만들고 그곳에 좋아하는 각종 나무들을 심었다. 그리고 평소 꿈꾸던 창작 활동에 빠졌다. 1987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월간문학> 시조 당선으로 뒤늦게 등단의 꿈을 이루었고, 그 후 맹렬한 창작 활동으로 수십 권의 시집과 산문집, 평론집 등을 냈다. 그가 쓴 기행문 ‘민통선 지역 탐방기’는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항상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시인은 최근 인도 문화에 깊이 심취해 있다. 그는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중국과 인도에는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나마 중국은 그래도 좀 가까운데, 인도는 사실 잘 모른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도라는 나라가 참 우리와 가깝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인도의 성인 싯다르타의 삶과 그가 남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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