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구름처럼

관악산 산행기(5)

시조시인 2010. 5. 23. 09:53

 

 왜 그리 뜸을 들였는지, 이제는 그 이유를 알리라. 바로 '하마바위'를 말하려고 하였다. 나는 이 바위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지나갈 적마다 한 번씩 쓰다듬어 주곤 한다. 그러면 이 하마바위도 그 작은 꼬리를 반갑게 흔드는 듯도 싶다.

 어느 게 '하마바위'이냐고 궁금해할 사람이 있겠지만, 조금은 더 기다려야 한다. 진짜로 똑같은 모습을 한 바위가 있다. 그 바위를 만나려고 한다면 조금의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좁은 바윗길을 지나가야 하니까.

 자, 이 바위가 정말 멋지지 않은가. 입을 다문 하마의 모습이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은 마음의 거울이 찌그러져 있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니 어찌 만사가 제대로 비치겠는가.

 앞을 바아다 보며 찍은 사진이다. 저 앞에 사람들이 보이는 곳이 관악산의 또 하나 명소이다.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로 아주 유명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가 있다. 가 보면 안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마당바위이다. 몇 시에 여기에서 만나자고 하면 잊지 않고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여기에는 청솔모가 자주 찾아온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청솔모는 보이지 않고 멧비둘기 한 마리가 와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마당바위위에는 등산객들이 여럿 앉아서 쉬고 있다.  점심을 먹거나 간식을 먹는 사람도 있다.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좋고 전망이 확 트여서 좋고 앉을 자리가 넓어서 좋고 오가는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자리 깔고 누워서 오수를 즐기기에도 좋다.

 서울의 서북쪽 모습이다. 한강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만 올리와도 가슴이 탁 트인다. 저 서울을 한 가슴에 안고 웅비의 꿈을 꿀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이 땅 이 서울을 지켜야 한다. 그게 우리의 사명이다.

 소나무를 다시 찍었다. 흐리게 나온 부분이 암꽃이다. 수꽃은 위에 있고 암꽃은 아래에 있다. 왜그러힐까. 그 이유가 있다. 수꽃은 하늘이고 암꽃은 땅이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만나서 만물을 태어나게 한다.

 또 하나의 헬기장이 나타난다. 제법 넓은 공지이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라면 이 곳에서 간단한 게임도 즐길 수 있겠다. 나는 슬슬 걸음을 옮기며 휴식을 취한다. 시 한 편이 나올 듯 말 듯. 연필과 노트를 커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이럴 때는 그저 쉬는 게 제일!

 소나무를 다시 찍는다. 솔방울이 있는 자리가 바로 암꽃의 자리이다. 아, 아래쪽에 암꽃 모습이 보인다. 소나무는 이른바 풍매화이다. 바람이 가루받이를 해준다. 그러나 그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진다. 그 이유는 자신의 암꽃에 가루받이를 시키려는 게 아니라, 멀리 있는 다른 나무의 암꽃에 가루받이를 시키려는 의도이다. 이처럼 나무들도 근친상간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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