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문학(6)
김 재 황
1987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시조 ‘서울의 밤’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후에, 서울 시내의 나무들인 조계사 경내의 ‘회화나무’와 옛 창덕여고 교정의 ‘백송’ 등과 우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차피 문학은 경험의 바탕 위에서 꽃을 피워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는 경험에 충실하게 다가가는 게 옳다고, 나는 여겼다. 어차피 문인이 된 바에는, 많은 글을 써서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리라 마음먹었다.
1989년, 나의 첫 시집 ‘거울속의 천사’가 도서출판 반디에서 출간되었다. 이어서, 제주도에서 만난, 나무 이야기를 주로 기록한 산문집 ‘비 속에서 꽃피는 꽃치자나무’를 펴냈다.
1990년 4월 20일, 들꽃들을 노래한 첫 녹색시집 '바보여뀌'도 도서출판 ‘반디’에서 태어났다. 이 시집에는 '앵초'와 '별꽃' 등, 모두 104종의 들꽃들을 노래한 시가 들어 있다. 시집 제목으로 사용된 '바보여뀌'는, 매운 맛을 지닌 보통의 여뀌와는 달리, 아무런 맛도 지니지 않은 싱거운 여뀌이다. 바로 이 들꽃은 바보 같았던 내 젊은 시절을 되새기게 해준다.
잡초 같은 삶이면서도
내 청춘은 바보였었네.
매우 맛 하나 없는
내 사랑은 백치였었네.
소나기로 쏟아지는 고독을
여름의 하늘에 뿌리면서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
내 허욕만 무성했었네.
-졸시 ‘바보여뀌’ 전문
‘바보여뀌'가 출간되고 나서, '주간조선'에서는 이 시집을 국내 첫 ‘풀꽃 소재 시집’으로 소개하였다. 나는 보람을 느꼈으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이 길을 힘차게 걸어가리라고 다짐하였다. 그 다음에는 '나무'를 택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운문보다 산문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시’(詩)가 빠지면 안 되겠기에 한두 편씩을 곁들였다. 모두 77종의 나무 이야기가 들어 있어서, 그 제목을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라고 정했다. 1991년 4월, 이 녹색 산문집이 도서출판 '외길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런데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KBS 제1텔레비전 방송국으로부터 4월 5일 식목일 밤 '보도본부 24시'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생방송이었다. 그런가 하면, 1991년 4월 19일자 일간지 '스포츠 서울'의 '저자와의 대화' 난(欄)을 통해서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가 소개되었고, 또 4월 20일자 중앙일보의 '이런 사람' 난(이경철 기자)을 통하여 '나무 詩人'으로 소개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불교방송 '음악의 마을'에 초대되어 이상벽 씨와 대담을 갖기도 했다.
이 책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는 1992년 12월 14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1992년 청소년을 위한 우리들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 하나. 1991년에 특기할 사항은, 나의 첫 시조집 ‘내 숨결 네 가슴 스밀 때’가 외길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름으로 들어서는 1991년 6월에 주간신문인 '녹색신문'이 창간되었다. 나는 그 신문에 10년 동안이나 들꽃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했다. 그리고 '월간 에세이'와의 인연도 맺게 되어서 6회에 걸친 '한국의 민초' 이야기도 발표하였다. 또한, 녹색신문사에서 한국녹색시인회가 창립되었는데, 내가 회장을 맡았다.
1992년으로 접어들면서, 나는 아주 뜻 깊은 체험을 하게 되었다. 1월 25일 'DMZ 및 인접지역 생태계 학술조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내가 그 위원회의 '문학반장'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함께 참가한 사람은 조류학자 원병오 교수, 식물학자인 이영로 박사, 곤충학자인 신유항 교수, 포유류학자인 윤명희 교수, 그리고 어류학자인 박기철 박사 등이었다. 생태조사 현장에는 박기철 박사를 대신해서 김익수 교수가 주로 참석했다.
나는 자연생태조사를 목적으로, 1992년 3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철원 월정리와 대마리 지역'을, 1992년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건봉산과 향로봉 지역'을, 1992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동안 '대암산․두타연․가칠봉 지역'을, 1992년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파평산․임진강․사미천 지역'을, 1992년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강화의 석모도․대송도․주문도 지역'을, 그리고 1992년 9월19일 하루 동안 '교동도 지역'을 돌아보았다.
특히 철원의 습지라든가 건봉산의 고진동 계곡, 대암산의 고층습원, 양구 북대골 내린천 상류의 두타연, 연천군 백학면 갈현리 일대의 사미천, 그리고 강화 지역의 무인도 등은 자연이 잘 살아 있어서 학술적으로도 아주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해 '월간 에세이'로부터 '민통선 탐방기'를 6회에 걸쳐서 집필해 달라는 원고청탁이 있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내가 찍은 사진과 함께 그 기행문이 연재되었다.
1992년에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또 하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월간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12회 연재로 나무 이야기에 대한 원고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시조 한 수씩을 곁들여서 '구상나무' '붓순나무' '후피향나무' '녹나무' '다정큼나무' '노각나무' '음나무' '층층나무' '말채나무' '때죽나무' '쥐똥나무' '생강나무'의 이야기를 써서 발표했다. 또한, 사보 '금성 테크노피아'에 아포리즘 '나무에게서 배운다'를 6회로 나누어서 실었다.
더욱이 1992년 3월 22일 '주간여성'에서 '금주에 만난 작가' 난(우계숙 기자)으로 나를 취재하여 정감 있는 글과 사진을 크게 실어 주었다.
1993년 1월10일, 나는 시집 '민통선이여, 그 살아있는 자연이여'를 도서출판 '백상'에서 펴냈다. 책이 나오자, 곧 주간조선에서 '이 사람의 집념' 난으로 책의 내용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독서신문에는 이 책의 서평이 실렸다. 이 책이 소개되고 나서, 1월 25일은 극동방송 '밤이 깊은 동산에서'에 출연하여 홍순관 씨와 대화를 나누었으며, 2월 21일에는 MBC 라디오의 '두고 온 산하'에 출연하여 차인태 씨와 대담하였다. 또 SBS 서울방송 라디오 '녹색시대'에서 나와의 대담을 취재하여 방송하기도 했다.
1993년에도 특기할 사항이 있다. '시와 만나는 77종 나무 이야기'와 쌍을 이루는 산문집인 '시와 만나는 100종 들꽃 이야기'를 펴낸 일이다. 이로써 나무 이야기뿐만 아니라, 들꽃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5월 3일자 문화일보에, 그리고 5월 8일자 일간 '스포츠 서울'에 소개되었다. 이 책으로 해서, 나는 여성잡지 '퀸'으로부터 '들꽃 시인'이라는 또 하나의 애칭을 얻게 되었고, 잡지 '새농민'에서는 '사람과 사람들' 난을 통해서 '농부 시인'으로 불러 주었다. 아마도 이는, 내가 제주도 서귀포에서 귤밭을 자영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에는 나무의 시조 작품만을 모아서 시집을 상재하고자 했다. 그래서 1994년 6월, 나는 100종 나무의 작품이 담긴 시조집 '그대가 사는 숲'을 도서출판 '경원'을 통해서 펴냈다.
1995년이 되었다. 이 해에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20군데에 대하여 각각 장시조를 창작한 일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이 작품들을 계간 문예지 '시와 산문'과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홍보지를 통해서 발표하였다. 게다가 8월에는 중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 기행문 '민통선 지역 탐방기'가 수록되었다.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1997년 1월에 시집 '못생긴 모과'를 ‘시와 산문사’를 통하여 펴냈고, 3월에는 종교문화신문사에서 '자연 에세이'의 청탁이 있었다. 격주간 신문인데, 한 번은 '식물 이야기'를 쓰고, 그 다음에는 '동물 이야기'를 썼다.
1998년 4월, 도서출판 서민사에서 산문집 '들꽃과 시인'을 펴냈다. 이 책에서는 모두 25명의 시인과 25종의 들꽃을 소개하였다. 다시 말해서 어느 시인이 어느 들꽃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한 시인과 한 들꽃을 연결 지어 놓았다. 시인의 출생에서부터 가족과 성장과정 그리고 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들꽃과 어느 시인이 어디가 어떻게 닮았는지를 밝혔다. 그리고 이어서 10월, 단수시조와 산문이 실린 '꽃은 예뻐서 슬프다'를 역시 '서민사'에서 펴냈다. 이 책은 '화초편'과 '화목편'의 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기 75종의 화초와 화목에 대한 단시조와 전설이 담기어 있다. 이어 서민사에서 시집 ‘치자꽃 너를 만나러 간다’를 펴냈다. 그뿐만 아니라, 5월에는 도서출판 서민사에서 민통선 지역 생태조사에 대한 시와 기행문을 어린이용으로 쉽게 풀어서 한데 묶은, '민통선 지역 탐방기'를 펴내었다. 그해 12월, 이 책은 환경부로부터 '1998년도 우수환경도서'에 선정되었다.
2001년에는, 시조집 '콩제비꽃 그 숨결이'를 서민사에서 펴냈다. 이는, 그 동안에 잡지 등에 발표한 시조 작품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외로운 씨앗 하나
마당가 분(盆)에 떨어져, 작은 부리 내밀더니
여름내 깃을 다듬어 그 숨결이 뜨거웠다.
가을도 기울었는데 수북한 연한 줄기
차마 그냥 둘 수 없어, 방(房)안으로 옮겼더니
겨우내 날개 소리에 꿈자리만 차가웠다.
-시조 ‘콩제비꽃 그 숨결이’ 전문
이 해에는 목(木)시집 '바람을 지휘한다'(신지성사)를 상재했다. 이 해에 특히 감동스러운 일도 있었는데, 평소에 내가 존경하는 이성교 시인께서 나에게 ‘푸른 시인’(조선문단)과 ‘녹색 시인’(한국문학회)이란 작품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 해에 나는 큰 슬픔도 맛보았다. 나의 벗 이성선 시인이 훌쩍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5월 4일에 그는 떠났는데, 3일이 지난 다음에야 나는 그 소식에 접하고 멍하니 몇 날 며칠을 하늘만 바라보며 지냈다. 그러다가 그의 시집을 싸들고 관악산으로 올라가서 읽고 또 읽었다.
또 2002년에 들어와서는 4월에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즉, 도서출판 컴픽스가 제작하고, 주식회사 컴픽스의 후원으로, 나의 시조와 산문집인 '국립공원기행' 및 녹색을 띠는 작품들만 모은 시조선집 ‘내 사랑 녹색세상’이 출간된 일이다. 이는 시인과 기업, 그 징검다리가 된 출판사 3자 합동의 '녹색 문집' 출간이라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이 해에 딸과 아들로부터 CD로 제작된 나의 회갑기념문집 ‘날개’를 증정 받았다.
2003년, 목시집 다음으로 초(草)시집 ‘잡으면 못 놓는다’를 문예촌을 통하여 펴냈다. 그리고 주식회사 ‘컴픽스’에서 후원하고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제작한 감성언어집 ‘나무’가 ‘국립공원기행’과 ‘내 사랑 녹색세상’에 이어서 3번째 비매품으로 출간되었다.
2004년에는 어린이들에게로 눈을 돌릴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그 결과로 동시조집 ‘넙치와 가자미’를 문예촌에서 펴냈다. 그리고 주식회사 ‘컴픽스’의 협찬으로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4번째 녹색문집인, 산문집 ‘그 삶이 신비롭다’가 출간되었다.
2005년이 되었다. 5월에 평론집 ‘들에는 꽃, 내 가슴에는 詩’가 주식회사 컴픽스의 후원으로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출간되었다. 또한, 이 해에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즐겁고 멋진 일이 생겼다. 즉, 윤성호 시인과 이완주 수필가와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매년마다 새로운 작품 몇 편씩을 함께 묶어서 문집을 내기로 약속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제호를 ‘셋이서 걷다’라고 정했는데, 그 첫 문집이 도서출판 ‘반디’에서 출간되었다. 그러고 보니 또 하나의 아주 기쁜 일이 있었다. 8월 10일, 너무나 영광스럽게도 나는 세계한민족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있다니! 참으로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 수상 기념으로 나는 기쁘게, 시조집 ‘묵혀 놓은 가을엽서’를 펴내었다.
2006년, 약속대로 3인 사화집 ‘셋이서 걷다’ 제2집을 도서출판 반디를 통하여 펴냈다. 그리고 주식회사 컴픽스의 후원으로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6번째 녹색문집인 시선집 ‘너는 어찌 나에게로 와서’가 출간되었다. 이 해에 월간문학에 ‘시조 월평’을 집필하였다.
2007년이 되자 무엇보다 먼저, 3인 사화집 ‘셋이서 걷다’ 제3집을 펴냈다. 그리고 이 해에는 인도의 ‘싯다르타’와 중국의 ‘콩쯔’(공자)에 대한 고전에 심취하여 두문불출하였다.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밥 먹는 일조차 잊기 일쑤였다.
2008년, 전에 집필해 놓은, 인물전기인 ‘봉쥬르, 나폴레옹’을 도서출판 컴픽스에서 펴냈다. 이어서 그 동안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여 ‘숫시인 싯다르타’라는 제호로 산문집을 도서출판 상정에서 펴냈다. 그리고 이 해에도 잊지 않고 3인 사화집 ‘셋이서 걷다’ 제4집을 펴냈다.
2009년에는 3인 사화집 ‘셋이서 걷다’ 제5집을 서둘러서 펴냈다. 나는 그 첫머리에 이성선 형을 회고하는 글을 담았다.
‘눈시울이 젖는다. 겨우 환갑을 넘기고 그는 떠났는데, 벌써 나는 칠순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까지 우리 세 사람, 다시 말해서 그와 윤성호 시인과 나는 서울대 입구의 작은 찻집에서 이따금 만났다. 그 때 나누었던 대화들이 지금도 귀에 파랗게 살아 있다. 이성선 형과 이완주 수필가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농촌진흥청에서 귀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다시 시조집 ‘서호납줄갱이를 찾아서’를 도서출판 상정에서 펴내었고, 9월에는 그 동안 공자에 대하여 공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하여 ‘씬쿠러, 콩쯔’(수고하셨습니다. 공자님)란 제목으로 도서출판 상정에서 산문집을 펴냈다.
2010년 10월, 시를 곁들인 산문집 ‘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를 도서출판 상정에서 펴내었다.
2011년, 나는 그 동안 우리나라를 다니며 현장에서 얻은 시조들만을 모아 엮어서 전국여행시조작품집 '양구에서 서귀포까지'(도서출판 상정)를 펴내었고, 3인 사화집 '셋이서 걷다' 제6집을 펴냈다.
2012년이 되었다. 이해에는 서둘러서 3인 사화집 '셋이서 걷다' 제7집을 펴냈고 그와 함께 나의 산문집 '거슬러 벗 사귀다'(맹자 이야기)를 '도서출판 반디'에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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