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창선면 왕후박나무 앞에서
김 재 황
그렇듯 쓸쓸함을 달랠 수 없단 말인가
정녕 그대 빈 가슴을 채울 수 없단 말인가
그럴 땐 이리로 와서 잎의 말들 들어 보게.
하늘이 무너져서 어쩔 수 없단 말인가
끝내 그대 나갈 길을 찾을 수 없단 말인가
그럴 땐 이리로 와서 가지 끝을 살펴보게.
차라리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단 말인가
오직 그대 모진 삶을 버리고 싶단 말인가
그럴 땐 이리로 와서 큰 줄기를 안아 보게.
얼마나 괴롭기에 잠들 수 없단 말인가
결코 그대 긴 어둠을 이길 수 없단 말인가
그럴 땐 이리로 와서 그늘 밑에 누워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