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2012년이 막 밝아왔을 때, 한 문우가 나에게 전화로 ‘문화원에서 문학 강의를 해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아차!’ 했다.
강의를 하려면 최소한 얼마쯤은 원고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의 원고가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났으나 그 문우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문인들 모임에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나는 둘만의 기회를 만들어서 넌지시 ‘문학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는 ‘연락을 한다는 걸’ 깜박 잊었다며 “수강 신청자가 적어서 취소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런!’ 잠시 멍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이왕 쓰기 시작한 원고이니, 글을 통해서 독자와 만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고를 더 보태어서 한 권의 책으로 묶기로 작정했다.
제목은? 그냥 ‘시화’(詩話)가 좋겠다. 처음에는 ‘제1강’ ‘제2강’ 등으로 순서를 붙였는데, 지금은 ‘제1화’ ‘제2화’ 등으로 말을 바꾸었다. 그렇게 해놓고 보니 그런 대로 정감이 있다. 소곤소곤 들려주는 ‘시 이야기’라는 말이다.
나는 시인이지 학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시론에 있어서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내 진실한 마음을 여기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이 글을 쓰면서 나 또한 많은 걸 배우게 되었다. 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이를 통해 다만 몇 사람이라도 시를 더 깊이 알고 조금 더 시와 가까워지게 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마음 따뜻한 독자를 만나고 싶다.
2013년 봄, 낙성대에서
김 재 황
차 례
책 머리에/ 003
제1화 나의 길 찾기/ 000
제2화 ‘시다운 시’ 알기/ 000
제3화 시의 원류- 시경/ 000
제4화 아포리즘 살펴보기/ 000
제5화 우리나라 민족시 ‘시조’/ 000
제6화 시의 엘랑비탈/ 000
제7화 낭송시의 실체/ 000
제8화 베풂의 조건/ 000
제9화 정형시와 서정시/ 000
제10화 퇴고와 절차탁마/ 000
제11화 시심은 바로 ‘어짊’/ 000
제12화 시인의 품격/ 000
제13화 여위군자유 무위소인유/ 000
제14화 우파니샤드와 시/ 000
제15화 인부지이불온론/ 000
제16화 시의 형상화/ 000
제17화 언어가 시어로 되기까지/ 000
제18화 시의 진화론/ 000
제19화 성지자, 인지도야/ 000
제20화 미적 거리, 그 비운 마음/ 000
제21화 한국시의 흐름/ 000
제22화 불어괴력난신/ 000
제23화 늙지 않는 시/ 000
제24화 연꽃과 여인, 그 비유/ 000
제25화 상징과 상징주의/ 000
제26화 활과 술, 그리고 시/ 000
제27화 한시의 세계/ 000
제28화 인유와 패러디/ 000
제29화 시의 목소리, 그 어조/ 000
제30화 시의 제목 붙이기/ 000
부록 1. 시조의 국제교류에 대한 나의 소박한 견해 ? 260
부록 2. 시평 [눈을 감고 있어도 가을산은 뜨겁다] ? 274
부록 3. 시조 월평 [선비가 활을 쏘는 바와 같은 시조의 내재율] ? 287
저자 김재황 연보/ 000
책 꼬리에/ 000
책 꼬리에
언제인가 문인협회에 회비를 보내려고 은행에 갔는데, 창구의 여직원이 나에게 문인이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다.’라고 대답한 후에 시를 좋아하는가를 그녀에게 물었다. 그 여직원은 ‘시는 좋아하지 않고 소설은 좀 읽는다.’라고 말했다.
요즘 이 세상에서는 시를 모르는 게 그렇듯 떳떳하다. 부끄럽기는커녕 오히려 시를 잘 몰라야 현대인이다. 이 바쁜 세상에 시를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하기도 한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무엇인가 작은 물건을 손에 들고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가끔 웃기도 하지만 거의가 심각한 표정이다. 그게 그들이 말하는 ‘바쁜 세상’이란 말인가? 하기는 그 덕분에 밥을 먹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산업이 날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시를 읽으라고 말하는 나야말로, 그들의 눈에는 ‘원시인’ 그쯤으로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원시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다. 나는 크게 외친다. 시를 읽으라고. 그래야 세상이 밝아진다고.
시가 꽃피울 날을 꿈꾸며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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