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東坡) 소식(蘇軾)의 시 ‘음호상초청후우(飮湖上初晴後雨, 호수 위에서 마시는데 처음에는 맑다가 나중에는 비가 오네)’ (二首其二)
水光瀲灩晴方好수광렴염청방호
물빛이 넘치고 출렁거리니 바야흐로 비가 그쳐서 좋다.
山色涳濛雨亦奇산색공몽우역기
산의 빛이 곧게 흐르고 흐릿하니 비가 내려도 또한 뛰어나다.
慾把西湖比西子욕파서호비서자
서호를 바라는 마음으로 꼭 쥐고 서시를 나란히 한다.
淡粧濃抹總相宜담장농말총상의
엷은 꾸밈이나 짙은 칠함을 모두 다 이끌어서 서로 아름답다.
- (녹시 역)
* 서시(西施)는 서쪽 땅 춘추전국시대의 4대 미녀 중 하나인데, 그 아름다움이 출중하여 강가로 나온 그녀를 보고는 넋을 잃은 잉어가 지느러미를 놀리는 것을 잊고 가라앉았다는(浸魚)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 시로 말미암아 ‘서호’는 그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나는 젊었을 때에 친구들과 항주를 갔다가 ‘서호’를 들른 적이 있다. 그때 ‘서호’와 ‘서시’의 이야기를 듣고 내 아호를 ‘녹시’(綠施)라고 정했다. 물론, 그날 저녁에 친구들과 함께 ‘동파육’(東坡肉)을 안주로 삼고 술 한 잔을 나누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이 시가 빠지지 않았다.
*녹시의 화답시조 한 수
항주 서호에서
김 재 황
호수에 눈길 가니 막힌 가슴 뻥 뚫린다,
둘이서 편 자리에 이 사람도 끼워 주오,
나 또한 시를 지으니 높이 붓을 들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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