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서
김 재 황
세상을 더듬던 손가락 끝
가장 가려운 살점 베어낸 자리에서
전신의 아픔보다 더한 꽃이 핀다.
그늘진 쪽에 서서
몇 줌 스며든 햇빛에 눈멀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펼친 무명 위에
뜨거운 마음을 적는
아, 속으로 불붙는 나무의 모습
찬바람에 붉은 꽃이 진다.
빛나던 잎에 하나둘 피가 맺히고
결국은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의식으로
분명한 외침이 살아난다.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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