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시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1. 31. 07:39

      시치미를 뗄까

                       김 재 황



소나기가 내려서
앞동산이 얼굴 씻고 웃는 날

나는 질경이가 되어

볼일 덜 끝낸
구름의 저 궁둥이나 쳐다볼까.

짓궂게 발을 걸어
뛰어가는 바람이나 넘어뜨릴까.

그리하다가 그분에게 들키면

짐짓 먼 산 바라보며
시치미를 뗄까.

얼굴에 멋쩍은 웃음 흘리며
뒤통수를 긁을까.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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