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화음
김 재 황
숲에서 피리 소리가 난다.
댓잎이 좁은 소리를 지녔는가 하면
오동잎은 넓은 소리를 지녔고,
미루나무 꼭대기의 어린잎이 높은
음성을 내는가 하면
땅바닥에서 구르는 가랑잎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음성을 낸다.
솔잎 소리는 있는 듯 없는 듯
잎들이 모여서 이어 가는
자연의 가락
바람은 가는 나뭇가지 사이를 돌아
요리조리 힘차게 빠져나가고,
나무들은 교묘히 구멍과 또 구멍을
막았다가 풀었다가
아름다운 곡조를 연주한다.
때로는 즐겁게, 가다간 아주 슬프게.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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