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16장, 빔이 끝에 이르고(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17. 08:42

길- 제16장

빔이 끝에 이르고 





 빔이 끝에 이르고 도타운 고요함을 지키면 모든 것이 함께 일어난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그 돌아감을 본다. 무릇 싱싱하게 자란 것들이 각기 그 뿌리로 다시 돌아간다. 뿌리로 돌아감을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이를 가리켜서 ‘이르는 대로 돌아감’이라고 일컫는다.
 ‘하라고 이르는 대로 돌아감’을 ‘떳떳하다’라고 말하고, ‘떳떳함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고 말한다. ‘떳떳함’을 알지 못하면 함부로 날뛰어서 ‘언짢음’을 짓는다.
 ‘떳떳함’을 아는 게 ‘꾸짖지 아니함’이고 ‘꾸짖지 아니함’이 곧 ‘사사롭지 않게 나누는 것’이며 ‘사사롭지 않게 나누는 것’은 곧 ‘으뜸’이고 ‘으뜸’은 곧 ‘하늘’이며 ‘하늘’은 곧 ‘길’이고 ‘길’은 곧 ‘오래감’이니, 몸이 다하도록 위태롭지 않다. 

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其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是謂復命. 復命曰常 知常曰明. 不知常 妄作凶. 知常容 容乃公 公乃王 王乃天 天乃道 道乃久 沒身不殆
(치허극 수정독 만물병작. 오이관기복. 부물운운 각복귀기근. 귀근왈정 시위복명. 복명왈상 지상왈명. 부지상 망작흉. 지상용 용내공 공내왕 왕내천 천내도 도내구 몰신불태)

[뜻 찾기]
 ‘치허극’(致虛極)에서 ‘극’은 ‘지극하다’ ‘다하다’ ‘극진하다’ ‘끝’ ‘한계’ ‘빠르다’ ‘용마루’ ‘다다르다’ ‘세차게’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끝’을 골랐다. ‘치허극’은 ‘겨울이 깊어져서 초목은 조락하고 모든 생물이 활동을 멈추면, 천지 사이는 지극히 공허한 상태로 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정독’(守靜篤)에서 ‘독’은 ‘도탑다’ ‘미쁘다’ ‘신실함’ ‘오로지’ ‘도탑게 하다’ ‘말이 천천히 걷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도탑다’를 택했다. 
또, ‘만물병작’(萬物竝作)에서 ‘병작’은 ‘일제히 생성 발동하는 것’으로 말하기도 하고 ‘다 함께 일어나다.’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오이관기복’(吾以觀其復)에서 ‘이’는 ‘~으로써’라는 뜻이다. 나는 이를 ‘그것을 가지고’라고 풀었다. 그리고 ‘부물운운’(夫物芸芸)에서 ‘운운’은 ‘만물이 번성하여 자라는 모양’ 또는 ‘꽃과 잎이 무성한 모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저 ‘싱싱하게 자란 것들’이라고 했다. 또, ‘시위복명’(是謂復命)에서 ‘복명’은 ‘본성에로 돌아감’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기에서의 ‘명’은 ‘천명’이나 ‘하늘의 법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본명’을 ‘하라고 이르는 대로 돌아감’이라고 풀었다.
 ‘복명왈상’(復命曰常)에서 ‘상’은 ‘항상’ ‘늘’ 어느 때‘ 떳떳하다’ 정해진 바‘ 등의 여러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떳떳하다‘를 골랐다. 그리고 ‘망작흉’(妄作凶)에서 ‘망작’은 ‘법도나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를 ‘함부로 날뜀’으로 나타냈다. 그러므로 ‘망작흉’은 ‘자연의 도리에 따르지 않고 함부로 행동하여 망령스럽게 재앙을 초래함’이라고들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흉’을 ‘언짢다’라고 순화하였다. 또, ‘몰신불태’(沒身不殆)에서 ‘몰신’은 ‘몸이 다하도록’이라고 했다. 이는, ‘몸을 마칠 때까지’의 의미이다.


[나무 찾기]
 ‘부물운운 각복귀기근’(夫物芸芸 各復歸其根, 무릇 싱싱하게 자란 것들이 각기 그 뿌리로 다시 돌아간다.)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소나무’(Pinus densiflora)가 금방 머리에 떠오른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苓)이라는 이름의 버섯 때문일 성싶다.

소나무의 튼 가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린다.

큰 숨 한 번 내쉬고
나무가 손을 뻗어
내 손을 덥석 잡아 주기를 바라며

정성스럽게 문지른다.

껍질 속으로
깊숙이 내 온기 전하는 한때.
-졸시 ‘다정한 한때’ 전문

 ‘복령’은 오래 묵은 소나무에서만 볼 수 있다. 균이 뿌리로 들어가서 공생을 하게 되면 그곳이 혹과 같은 모양으로 된다. 물론, 어린 소나무 뿌리에도 이 버섯 균이 들어가서 살고 있지만, 뿌리에 혹이 생기지 않는다. 반드시 늙은 소나무 뿌리에서만 ‘복령’을 볼 수 있다. 이를 다른 이름으로는 ‘복토’(伏兎)라고도 한다. 이는 그 모양이 ‘토끼’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복령’은 신장(腎臟)에 관한 여러 가지 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복령’은 때로 ‘소나무 뿌리’를 그 속에 넣어서 둘러싸고 있기도 하다. 그 소나무 뿌리를 ‘황송절’(黃松節)이라고 부른다. 이를 또한 약으로 쓴다. ‘황송절’을 다른 이름으로는 ‘신목’(神木)이라고 부른다. 그 효과는 ‘복령’과 같다고 한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