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제17장
크게 위에 있는 것은
크게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서 그게 있음을 알 뿐이고, 그다음은 가까이하여 그것을 기린다. 또 그다음은 그것을 꺼리고, 그다음은 그것을 업신여긴다.
믿음이 넉넉하지 못하게 되면 믿지 못함이 있다.
근심하여 그 말이 값지고, 일이 잘되어서 보람을 이루어도 나라 뭇사람은 모두 ‘내가 스스로 그러하다.’라고 한다.
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태상 하지유지 기차 친이예지. 기차 외지 기차 모지. 신부족언 유불신언. 유혜기귀언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뜻 찾기]
‘태상’(太上)은 ‘최상(最上), 즉 가장 높은 임금’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태상’은 ‘태고’(太古)로 풀이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이를 글자 그대로 ‘크게 위에 있는 것’이라고 풀었다. 또, ‘하지유지’(下知有之)에서 ‘하’는 ‘하민’(下民)을 뜻한다고 한다. 즉, ‘서민의 백성’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래서 ‘하지유지’는 ‘아랫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사실만을 안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친이예지’(親而譽之)는 ‘이를 친히 따르고 이를 칭찬한다.’라는 풀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그것을 가까이하여 기린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외지’(畏之)에서 ‘외’는 ‘경외하다’ ‘두려워하다’ ‘삼가고 조심하다’ ‘두려움’ ‘꺼리다’ ‘으르다’ ‘위험함’ 등의 뜻을 지닌다. 나는 그중에서 ‘꺼리다’를 골랐다. 그리고 ‘모지’(侮之)에서 ‘모’는 ‘경멸하다’ ‘업신여기다’ ‘앓다’ ‘병들다’ ‘참고 견디다’ 등의 뜻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업신여기다.’를 택했다.
‘유혜기귀언’(悠兮其貴言)에서 ‘유혜’는 ‘자연적인 무위(無爲)로써 세상을 다스리고 있는 모양’이라고 하며, ‘근심하는 모양’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귀언’은 ‘말을 중하게 여겨 함부로 하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그저 ‘그 말이 값지다.’라고 풀었다. 또, ‘공성사수’(功成事遂)는 ‘공을 이루고 일을 완수하다’라는 풀이가 일반적이다. 나는 이를 쉽게 ‘일이 잘되어서 보람을 이루다’라고 했다. 마지막 구절인 ‘개위아자연’(皆謂我自然)에서 ‘아자연’은 ‘내가 자연스럽게 그리되었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무 찾기]
‘태상 하지유지’(太上 下知有之, 크게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서 그게 있음을 알 뿐이다.)라는 글을 읽을 때, 내 머리에는 불을 켠 듯이 떠오르는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바로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였다. 신갈나무 밑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하기 이를 데 없다. 온종일을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나는 그저 신갈나무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나무에 기대고 앉아서
종일 시를 읽으니
나도 나무인 양, 귀가 열린다.
눈감고 잎을 넓게 펼치니
어디선가 작은 새 한 마리 날아와서
지저귄다, 시를 부른다.
팔을 벌려서
크게 기지개를 켤 때마다
손가락 끝에 닿아 읽히는
바람의 시.
-졸시 ‘시를 부른다’ 전문
‘신갈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하여 생기게 되었을까? 예전에는 먼 길을 떠나려면 많은 짚신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그네는 여러 켤레의 짚신을 엮어서 등에 메고 길을 떠났다. 하지만 짚으로 만든 신발은 쓸려서 물집이 쉽게 생겼을 터이고, 그렇기에 나그네는 나뭇잎으로 푹신하게 깔창을 만들어 짚신 안에 깔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렇다. 그 깔창을 신갈나무 잎사귀로 만들어서 깔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신에 잎사귀를 갈아 넣는다.’라는 말에서 ‘신갈’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뜻이다. 또 하나. ‘갈나무’(떡갈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새롭다’(新)는 뜻에서 ‘신갈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그리 믿을 만한 말들은 아니지만 그럴 듯싶기는 하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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