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그리고 나무 찾기

제18장, 큰 길이 무너지고 나서(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2. 18. 07:51

길- 제18장

큰 길이 무너지고 나서





 큰 길이 무너지고 나서 ‘어짊’이니 ‘옳음’이니 하는 것들이 있게 되었고, ‘꾀’라든가 ‘슬기로움’이 나와서 ‘큰 거짓’이 있게 되었다.
 모든 피붙이가 서로 사이가 좋지 못하게 되고 나서 ‘아들딸이 어버이를 섬기는 마음’과 ‘어버이가 아들딸을 아껴 키우는 마음’이 있게 되었고, 나라가 어둡고 어지럽게 되고 나서 ‘한가운데로부터 우러나는 마음을 지닌, 참된 벼슬아치’가 있게 되었다. 

大道廢 有仁義 智慧出 有大僞. 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대도폐 유인의 지혜출 유대위.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 


[뜻 찾기]
 ‘대도폐’(大道廢)에서 ‘대도’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길(道)’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큰 길’이라고 풀었다. 그리고 ‘지혜출’(智慧出)에서 ‘지’와 ‘혜’는 모두 ‘슬기’라는 뜻을 지닌다. 그러나 나는 이를 따로 떼어서 ‘지’를 ‘꾀’라고 하였고 ‘혜’를 ‘슬기로움’이라고 했다. 또, ‘유대위’(有大僞)에서 ‘대위’는 ‘큰 위계’라든지 ‘크게 남을 속이는 허위’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저 ‘큰 거짓’이라고 풀었다. 여기에서의 ‘위’는 ‘작위’(作爲)나 ‘인위’(人爲)의 뜻도 있다고 한다. 
 ‘육친불화’(六親不和)에서 ‘육친’은 모두 알다시피 ‘어머니와 아버지, 형과 아우, 그리고 처와 자식’을 말한다. 이는 곧 ‘피붙이’이다. 또, ‘유효자’(有孝慈)에서는 ‘효’와 ‘자’를 따로 떼어서 ‘효’를 ‘아들딸이 어버이를 섬기는 마음’으로 하였고 ‘자’를 ‘어버이가 아들딸을 아껴 키우는 마음’으로 하였다. 이 모두는 ‘효’와 ‘자’의 원래부터 지닌 뜻이다. 그리고 ‘유충신’(有忠臣)에서 ‘충신’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를 말하는 것은 아닌 성싶다. 나라가 왜 어둡고 어지러워졌겠는가. 아마도 그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였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 때일수록 ‘한가운데로부터 우러나는, 참된 마음을 지닌’ 벼슬아치가 필요하다.


(나무 찾기)
 ‘지혜출 유대위’(智慧出 有大僞, ‘꾀’라든가 ‘슬기로움’이 나와서 ‘큰 거짓’이 있게 되었다.)라는 말에서 나는 ‘생강나무’(Lindera obtusiloba)를 떠올린다. ‘생강나무’야말로 그 이름에서부터 그 ‘큰 거짓’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앙상한 가지마다 얼얼하게 아픔 드니
추위를 말아 쥔 채 입술 깨문 작은 목숨
앞장서 봄을 부르는 음성마저 따뜻하네. 

내미는 부리에는 산의 소리, 물의 소리
잎사귀 만져 보면 고운 살내 정겨워라,
맵구나, 재회하는 날 젖고 마는 눈시울.

예정된 시간 앞에 많은 생각 홰를 치고
속세 먼 평화로움 서리 맞아 뜨겁구나.
떠나도 그 눈빛만은 평화롭게 머물겠네.
-졸시 ‘생강나무’ 전문

 나무들도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그렇듯 나무도 진화하면서 그저 살아남기 위해 ‘꾀’라든지 ‘슬기로움’이 나오게 되고 ‘큰 거짓’이 있게 되었으리라. ‘생강나무’는 ‘생강도 아니면서 생강 냄새’를 풍긴다. 이게 어찌 ‘큰 거짓’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서, 생강나무의 잎을 찢거나 어린 가지를 분지르면 생강 냄새를 풍긴다. 그래서 그 이름을 얻기도 했다.[(이하 생략)글: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