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4절, '궁'은 임금을 삼고(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12. 12:31

제4절 ‘궁’은 임금을 삼고

 宮爲君 商爲臣 角爲民 徵爲事 羽爲物 五者 不亂則無恬懘之音矣 宮亂則荒 其君驕 商亂則陂 其臣壞 角亂則憂 其民怨 徵亂則哀 其事勤 羽亂則危 其財匱 五者皆亂迭 相陵 謂之慢 如此 則國之滅亡無日矣(궁위군 상위신 각위민 징위사 우위물 오자 불란칙무첩체지음의 궁란칙황 기군교 상란칙피 기신괴 각란칙우 기민원 징란칙애 기사근 우란칙위 기재궤 오자개란질 상릉 위지만 여차 즉국지멸망무일의).

 ‘궁’(5행으로 보면 ‘토’(土)에 해당된다. ‘토’는 중앙에 위치하여 사방을 다스리며, 따라서 ‘임금’의 상징이다. 또 그 ‘현’(絃)은 81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묵직하게 탁하며 뭇소리를 포함하니, 마치 임금이 만물을 감싸고 다스리는 것과 같다.)은 임금을 삼고, ‘상’(5행으로 보면 ‘금’(金)에 해당한다. 그 현은 72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묵직하고 탁한 것이 ‘궁’의 버금이다. 그래서 ‘신하’의 상징으로 삼는다고 한다.)은 신하를 삼으며, ‘각’(5행으로 보면 ‘목’(木)에 해당한다. 그 현은 64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반은 맑고 반은 탁하여 5음의 중간에 위치한다. 그래서 신하에 버금하여 백성을 삼았다고 한다.)은 ‘백성’을 삼는다. ‘치’(5행으로 보면 ‘화’(火)에 해당한다. 그 현은 54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맑다. 그래서 백성에 버금하여 ‘민사’(民事)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사’(백성의 일)를 삼고 ‘우’(5행으로 ‘수’(水)에 해당한다. 그 현은 48줄을 사용하는데, 그 가락이 극히 맑다. 백성의 일이 있은 다음에 재물이 있는 것이기에 ‘재물’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물’(재물)로 삼는다. 이 5가지는 어지럽지 않으면 곧 무너지거나 깨짐의 소리가 없다. ‘궁’(궁의 소리)이 어지러우면 곧 (‘악’의 소리가) 거칠어지는데, 그 임금이 교만하다. ‘상’(상의 소리)이 어지러우면 곧 기울어지는데, 그 ‘신’(신하)이 무너진다. ‘각’(각의 소리)이 어지러우면 곧 구슬프고 쓸쓸한데, 그 ‘민’(백성)이 원망한다. ‘치’(치의 소리)가 어지러우면 곧 (악의 소리가) 슬픈데, 그 일(살아가는 일)이 괴롭다.(勤) ‘우’(우의 소리)가 어지러우면 곧 (악의 소리가) 위급한데, 그 ‘재’(재물)이 결핍된다.(匱= 乏) 5가지가 모두 어지러워져서 서로 이기려고 다투며 시새우는데(迭相陵) ‘만’(慢: 게으르다.)이라고 일컫는다. 이와 같으면 곧 나라의 멸망은 날이 없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궁’(5행으로 보면 ‘토’(土)에 해당된다. ‘토’는 중앙에 위치한다. 따라서 ‘나라’의 상징이다. 또 그 絃은 81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묵직하고 탁하며 뭇소리를 포함하니, 마치 나라가 만물을 감싸고 다스리는 것과 같다.)은 ‘나라’를 삼고, ‘상’(5행으로 보면 金에 해당한다. 그 현은 72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묵직하고 탁한 것이 ‘궁’의 버금이다. 그래서 ‘고을’의 상징으로 삼는다고 한다.)은 ‘고을’을 삼으며, ‘각’(5행으로 보면 ‘목’(木)에 해당한다. 그 현은 64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반은 맑고 반은 탁하여 5음의 중간에 위치한다. 그래서 ‘고을’에 버금하여 ‘사람’을 삼았다고 한다.)은 ‘사람’을 삼는다. ‘치’(5행으로 보면 ‘화’(火)에 해당한다. 그 현은 54줄을 사용하는데, 가락이 맑다. 그래서 사람에 버금하여 ‘사람 일’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일’(사람의 일)을 삼고 ‘우’(5행으로 ‘수’(水)에 해당한다. 그 현은 48줄을 사용하는데, 그 가락이 극히 맑다. 사람의 일이 있은 다음에 재물이 있는 것이기에 ‘재물’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물’(재물)로 삼는다. 이 5가지는 어지럽지 않으면 곧 무너지거나 깨짐의 소리가 없다. ‘궁’(궁의 소리)이 어지러우면 곧 (시조 내용의 음률이) 거칠어지는데, 그 ‘나라’가 교만하다. ‘상’(상의 소리)이 어지러우면 곧 (시조 내용의 음률이) 기울어지는데, 그 ‘고을’이 무너진다. ‘각’(각의 소리)이 어지러우면 곧 (시조 내용의 음률이) 구슬프고 쓸쓸한데, 그 ‘사람’이 원망한다. ‘치’(치의 소리)가 어지러우면 곧 (시조 내용의 음률이) 슬픈데, 그 일(살아가는 일)이 괴롭다.(勤) ‘우’(우의 소리)가 어지러우면 곧 (시조 내용의 음률이) 위급한데, 그 ‘재’(재물)이 결핍된다.(匱= 乏) 5가지가 모두 어지러워져서 서로 이기려고 다투며 시새우는데(迭相陵) ‘만’(慢: 게으르다.)이라고 일컫는다. 이와 같으면 곧 나라의 멸망은 날이 없다.>

[녹시 생각]
 여기에서는 5음(五音)의 관계를 논하여 이를 정치에 비유하고 있다고 본다. 시조에서도 다르지 않다. 시조의 내용을 5음률로 나누어서 정치 사정을 짚어 볼 수 있다. 나라 다스림이 잘못됨에 따라 지어지는 시조 내용도 기울어지기 마련이고 나라 사정도 그쪽으로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시조는 ‘흐름’이다. 바로 이 ‘흐름’이 시조에서 ‘리듬’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거니와, 시조는 노래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시조는 소리의 연속이요 소리의 구조이다. 의미나 문맥 및 어조 등과 손잡고 ‘음악의 효과’를 이룬다. ‘음악의 효과’를 얻기 위한 ‘소리의 모형화’는 ‘리듬’(rhythm)이다. 
 시조의 ‘리듬’은 ‘장’(章)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를 등가체계로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시조는 4음보의 리듬에 의해서 초장과 중장과 종장으로 3‘행’(行)이 나누어진다. 이를 미리 암시하여 일러주는 말이 있다. 즉, ‘시적 언어를 비슷하거나 가능한 대로, 균등한 힘의 경계를 갖는 음성 단위의 시행으로, 나누는 것은 분명히 시적 언어의 변별적 자질’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변별적 자질’(distinctive features)은, ‘말의 뜻이 분화되도록 하는 데 관여할 수 있는 음성적 특질’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 시조를 시조답게 하는 것은 ‘장(행)을 통한 발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발화’(發話)란 ‘음성학에서 현실적으로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행위’ 또는 ‘그 소리로써 전하는 한 단락의 말’을 뜻한다. 이는 솔직히 말해서 기교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