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7절, '악'의 융성함이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13. 14:13

제7절 ‘악’의 융성함이란

 是故樂之隆非極音也 食饗之禮非致味也 淸廟之瑟朱絃而疏越 壹倡而三歎 有遺音者矣 大饗之禮 尙玄酒而俎腥魚 大羹不和 有遺味者矣 是故先王之制禮樂也 非以極口腹耳目之欲也 將以敎民平好惡 而反人道之正也(시고악지융비극음야 사향지례비치미야 청묘지슬주현이소월 일창이삼탄 유유음자의 대향지례 상현주이조성어 대갱불화 유유미자의 시고선왕지제례락야 비이극구복이목지욕야 장이교민평호악 이반인도지정야).

 이렇기에 ‘악’(음악)의 융성함이란 ‘소리’를 한껏 멋을 냄(極)이 아니다. 종묘의 큰 제례(사향지례)는 한껏 맛을 냄(致=極)이 아니다. ‘청묘의 시(詩)를 노래할 때’(청묘)의 ‘슬’(큰 거문고)이 주사를 마전한 줄(주현)로 되어 있고, 비파 밑에 구멍이 있어서 탁하고 느리므로 한 번 소리를 내어서 셋이 서로 응하는데, 다하지 못한 ‘여음’(遺音=餘音)이라는 게 있다. ‘대향’의 예에 맑은 물을 위에 놓고(상현주) 생선을 조에 올려놓으며(조성어), 대향 예에 드리는 국의 간을 맞추지 않는(대갱불화) 데에는 다하지 못한 ‘여미’(遺味=餘味)라는 게 있다. 그렇기에 선왕이 ‘예’(예절)와 ‘악’(음악)을 제정함에는, 입과 배나 귀와 눈의 하고자 함을 한껏 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백성에게 좋아함과 싫어함을 공평하게 하는 일을 가르쳐서 사람 길의 올바름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이렇기에 ‘시조 내용’의 융성함이란 ‘음률’을 한껏 멋을 냄(極)이 아니다. 우리나라 민족시(民族詩)인 시조는 한껏 맛을 냄(致=極)이 아니다. ‘시조를 노래할 때’의 ‘느낌표’가 강조로 되어 있고, ‘느낌표’가 탁하고 느리므로 한 번 느낌을 주어서 셋이 서로 응하는데, 다하지 못한 ‘여음’(遺音=餘音)이라는 게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시조 형식’에 맑은 물을 위에 놓고 생동하는 얼을 올려놓으며, ‘우리나라 특유’의 ‘시조 형식’에 간을 맞추지 않는 데에는 다하지 못한 ‘여미’(遺味=餘味)라는 게 있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이 ‘시조 형식’으로 ‘시조 내용’을 짓는 데에는, ‘입과 배나 귀와 눈’의 하고자 함을 한껏 하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사람들에게 좋아함과 싫어함을 공평하게 하는 일을 알려서 사람 길의 올바름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녹시 생각]
 이 절은 선왕이 ‘예’와 ‘악’을 제정한 것이 ‘덕’(德: 베풂)이지 ‘음’(음악)의 멋을 위주로 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시조’도 그 창작이 ‘음률’의 멋을 자극하게 하기 위함이 아님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민족시인 ‘시조’의 참 멋은 장(章)과 장(章) 사이의 ‘여운’(餘韻: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운치)에 있다. 시조 형식은 3장(章: 초장과 중장과 종장) 6구(句: 글귀) 12음보(音步: 소리걸음)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음보’는 ‘음절’(音節: 소리마디)이 모여서 이루어지며, ‘음절’은 ‘음소’(音素: 소리바탕)가 모여서 이루어진다. 시조에서는 특히 각 ‘음보’의 ‘음절의 숫자’가 중요하다. 이것이 시조의 ‘격’(格: 골격)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시조의 기본형은 3장 6구 12음보 45음절로 되어 있다. '음절'은 쉽게 말해서 ‘글자 수’를 나타낸다. 이를 알기 쉽게 풀면, 초장의 각 음보 ‘음절 수’는 3, 4, 4, 4이고 중장의 각 음보 ‘음절 수’도 3, 4, 4, 4이다. 그리고 종장의 각 음보 ‘음절 수’는 3, 5, 4, 3이다. 그러므로 전체 ‘음절 수’는 45가 된다. ‘글자 수’로 45자이다.
 ‘여운’은 ‘언단의장’(言短意長)을 나타낸다. 이를 가리켜서 ‘언외언’(言外言)이라고 한다. 기본형을 잘 지키면 이를 잘 이룰 수 있다. 그렇기에 시조에 있어서 수다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