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8절, 사람이 태어나서 고요함은(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13. 18:22

제8절 사람이 태어나서 고요함은

 人生而靜 天之性也 感於物而動 性之欲也 物至知知 然後好惡形焉 好惡無節於內 知誘於外 不能反躬天理滅矣 夫物之感人無窮 而人之好惡無節 則是物至而人化物也 人化物也者 滅天理而窮人欲者也 於是有悖逆詐僞之心 有淫泆作亂之事 是故强者脅弱 衆者暴寡 知者詐愚 勇者苦怯 疾病不養 老幼孤獨不得其所 此大亂之道也(인생이정 천지성야 감어물이동 성지욕야 물지지지 연후호오형언 호오무절어내 지유어외 불능반궁천리멸의 부물지감인무궁 이인지호오무절 즉시물지이인화물야 인화물야자 멸천리이궁인욕자야 어시유패역사위지심 유음일작란지사 시고강자협약 중자폭과 지자사우 용자고겁 질병불양 노유고독불득기소 차대란지도야).

 사람이 태어나서 고요함은 하늘의 ‘성’(성품)이요, 물건에 느껴서 움직임은 ‘성’(성품)의 ‘하고자 함’이다. 외물이 이르러 ‘아는 힘’을 알게 하고 그런 다음에 좋아하고 싫어함이 나타난다(形). 좋고 나쁨이 안에서 ‘절’(절제)이 없고 ‘지’(아는 힘)가 ‘외’(외물)에 이끌리어 스스로(躬) 돌이킬(反) 수 없다면 하늘의 이치가 끊어진다. 무릇 물건의 ‘사람을 느끼게 함’은 ‘속속들이 앎’이 없는데 사람의 좋아하고 싫어함에 ‘절’(절도)이 없다면 곧 이는 ‘물’(물건)이 이르러서 사람이 ‘물’(물건)로 바뀌게 되는(化) 것이다. 사람이 ‘물’(물건)로 바뀐다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끊어지게 해서 사람이 하고자 함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다. 이에 있어서 ‘거짓이나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는 마음’(패역사위지심)을 가져서(有) ‘방탕하거나 소란스러운 일’(음일작란지사)가 있게 된다. 그렇기에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협하고(脅) 다수인 자가 소수인 자를 사납게 굴며(暴),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고 용기 있는 자가 겁쟁이를 괴롭히며(苦) 질병이 있는 자는 ‘양’(양생)을 못하고 노유(나이가 많은 자와 적은 자)와 고독(고아나 홀어미)을 지닌 자는 그 장소를 얻지 못한다. 이것이 큰 어지러움의 길이다.> 

 시조의 경우- <사람이 태어나서 고요함은 하늘의 ‘성’(성품)이요, ‘시적 소재’에 느껴서 움직임은 ‘성’(성품)의 ‘하고자 함’이다. 외적 소재가 이르러 ‘아는 힘’을 알게 하고 그런 다음에 좋아하고 싫어함이 나타난다(形). 좋고 나쁨이 안에서 ‘절’(절제)이 없고 ‘지’(아는 힘)가 ‘외’(외적 소재)에 이끌리어 스스로(躬) 돌이킬(反) 수 없다면 하늘의 이치가 끊어진다. 무릇 ‘시적 소재’의 ‘사람을 느끼게 함’은 ‘속속들이 앎’이 없는데 사람의 좋아하고 싫어함에 ‘절’(절도)이 없다면 곧 이는 ‘시적 소재’가 이르러서 사람이 ‘시적 소재’로 바뀌게 되는(化) 것이다. 사람이 ‘시적 소재’로 바뀐다는 것은 하늘의 이치를 끊어지게 해서 사람이 하고자 함을 속속들이 아는 것이다. 이에 있어서 ‘거짓이나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는 마음’(패역사위지심)을 가져서(有) ‘방탕하거나 소란스러운 일’(음일작란지사)가 있게 된다. 그렇기에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협하고(脅) 다수인 자가 소수인 자를 사납게 굴며(暴),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고 용기 있는 자가 겁쟁이를 괴롭히며(苦), 질병이 있는 자는 ‘양’(양생)을 못하고 노유(나이가 많은 자와 적은 자)와 고독(또는 고아나 홀어미)을 지닌 자는 그 장소를 얻지 못한다. 이것이 큰 어지러움의 길이다.> 

[녹시 생각]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인화물’(人化物)이다. ‘인화물’ 중 ‘화’(化)는 ‘다른 것으로 변해 버린다.’라는 뜻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아닌 다른 본성으로 바뀐다.’라는 뜻일 성싶다. ‘본성’은 하늘이 준 것인데, 그 ‘본성’이 변해 버리니 ‘거짓이나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는 마음’(패역사위지심)을 가져서(有) ‘방탕하거나 소란스러운 일’(음일작란지사)이 생기게 되지 않겠는가.
 ‘시조’에 이런 마음이나 일이 나타난 작품이 있을까. 물론 있다. 고려 말에 역성혁명을 꿈꾼 이방원은 고려 충신 정몽주의 마음을 흔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시조 한 수를 지었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긔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결과적으로 역성혁명이 성공하여 이 시조는 크게 손가락질받지 않게 되었지만, 만약에 역성혁명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이 시조야말로 ‘패역사위지심’이요 ‘음일작란지사’가 되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