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절 ‘악’은 같게 하고 ‘예’는 다르게 한다
樂者爲同 禮者爲異 同則相親 異則相敬 樂勝則流 禮勝則離 合情飾貌者禮樂之事也 禮義立則貴賤等矣 樂文同則上下和矣 好惡著則賢不肖別矣 刑禁暴爵擧賢則政均矣 仁以愛之 義以正之 如此則民治行矣(악자위동 예자위이 동즉상친 이즉상경 락승즉류 예승즉리 합정식모자예악지사야 예의립즉귀천등의 락문동즉상하화의 호오저즉현불초별의 형금폭작거현칙정균의 인이애지 의이정지 여차칙민치행의).
‘악’(음악)은 같게 하고 ‘예’(예절)은 다르게 한다. 같으면 곧 서로 가깝고 다르면 곧 서로 삼간다. ‘악’이 지나치면(勝) 곧 흐르고 ‘예’가 지나치면 곧 떠난다. ‘정’(성정)이 ‘합’(화합)하고 용모를 꾸미는 것은 ‘예’와 ‘악’의 일이다. 예의가 서면 곧 귀함과 천함의 등급이 있고 ‘악문’(가락)이 같으면 곧 위와 아래가 서로 응한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두드러지면 곧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이 구별된다. ‘형’(형벌)으로써 ‘폭’(사나움)을 금지하고 ‘작’(벼슬)으로써 ‘현’(어진 이)을 ‘거’(거용)한다면 곧 ‘정균’(다스림이 고름. 平均)이다. 어짊을 가지고 이를 아끼고 옳음을 가지고 이를 바로잡는다. 이와 같으면 곧 백성 다스림이 행해진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시조 내용’은 (격을) 같게 하고 ‘시조 형식’은 (자유시와) 다르게 한다. 같으면 곧 서로 가깝고 다르면 곧 서로 삼간다. ‘시조 내용’이 지나치면(勝) 곧 흐르고 ‘시조 형식’이 지나치면 곧 떠난다. ‘정’(성정)이 ‘합’(화합)하고 용모를 꾸미는 것은 ‘시조 형식’과 ‘시조 내용’의 일이다. ‘시조 형식’이 서면 곧 귀함과 천함의 등급이 있고 ‘시조 내용의 가락’이 같으면 곧 위와 아래가 서로 응한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두드러지면 곧 착한 것과 착하지 못한 것이 구별된다. ‘격조’로써 ‘폭’(사나움)을 금지하고 ‘대우’(호칭)로 ‘현’(어진 이)을 ‘거’(거용)한다면 곧 ‘정균’(즐김이 고름. 平均)이다. 어짊을 가지고 이를 아끼고 옳음을 가지고 이를 바로잡는다. 이와 같으면 곧 사람 어울림이 행해진다.>
[녹시 생각]
이 절에서 <‘시조 내용’이 지나치면(勝) 곧 흐르고 ‘시조 형식’이 지나치면 곧 떠난다.>는 무슨 뜻일까? 나는 이를 이렇게 받아들였다. ‘시조 내용’이 지나침은 ‘너무 직설적임’을 말하는 것 같고, ‘시조 형식’이 지나침은 ‘너무 파격적임’을 나타내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너무 직설적’이라면 ‘산문’(散文)으로 흐르고, ‘너무 파격적’이라면 ‘정형시’(定型詩)에서 떠난다.
‘고시조’에서 ‘현대시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시조는 초장의 각 음보가 3(4), 4, 3(4), 4 음절로서 앞의 ‘구’가 7(8) 음절이고 뒤의 구가 7(8) 음절이다. 중장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종장은 각 음보의 음절이 3, 5, 4, 3(4)인데, 첫 음보는 반드시 3음절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듯 종장이 달라짐은 내재율의 변용을 나타낸다. 이로 말미암아 시조는 일행직류(一行直流)의 단순함을 멋지게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일반적으로 허락되는 각 ‘음보’의 ‘음절’ 수 테두리는 어떻게 될까? 초장과 중장의 전후 ‘구’가 3음절과 4음절로 모두 합하여 7음절인데 9음절까지가 가능하고(예컨대 3, 4도 좋고 4, 4도 좋으며 3, 5도 좋고 2, 6이나 3, 6도 좋고 2, 7이나 4, 5도 좋다.) 종장 각 음보의 ‘음절’ 수인 3, 5, 4, 3에서 첫 음보의 3음절은 부동이지만 그다음 음보의 5음절은 7음절까지, 그리고 셋째 음보의 4음절은 5음절까지, 또 마지막 음보의 3음절은 4음절까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근대시조와 신시조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여기에서 ‘파격’(破格)이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현대시조가 뿌리를 내린 지도 꽤 오랜 세월(1920년~ 현재)이 흘렀으므로, 본래의 정해진 율격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듯 시조가 파격이 심한 상태라면 자유시와 무엇이 다르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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