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악기론

제13절, '악'이란 '문'이 다르나 '아낌'을 모으는 것(역: 녹시 김 재 황)

시조시인 2022. 3. 15. 12:40

제13절 ‘예’란 ‘사’가 다르나

 禮者殊事合敬者也 樂者異文合愛者也 禮樂之情同 故明王以相沿也 故事與時並 名與功偕(예자수사합경자야 악자이문합애자야 예악지정동 고명왕이상연야 고사여시병 명여공해).

 ‘예’(예절)란 ‘사’(일; 의식이나 절차나 제도)가 다르나 ‘삼가는 것’을 모으는 것이다. ‘악’(음악)이란 ‘문’(성문이나 곡조)이 다르나 ‘아낌’을 모으는 것이다. ‘예’와 ‘악’의 ‘정’(인정)은 같다. 그러므로 밝은 임금이 이로써 서로 이어받았다. 그래서 ‘사’(일)는 ‘시’(시대)와 함께 아우르고 ‘명’(악의 이름과 곡조)은 ‘공’(공적)과 함께 알맞게 했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시조 형식’이란 ‘일’(절차나 제도)이 다르나 ‘삼가는 것’을 모으는 것이다. ‘시조 내용이란 ‘문’(아름다움이나 착함)이 다르나 ‘아끼는 것’을 모으는 것이다. ‘시조 형식’과 ‘시조 내용’의 ‘정’(인정)은 같다. 그러므로 밝은 나라가 이로써 서로 이어받았다. 그래서 ‘사’(일)는 ‘시’(시대)와 함께 아우르고 ‘명’(시조 내용의 이름과 곡조)은 ‘공’(공적)과 함께 알맞게 했다.>

[녹시 생각] 
 이 절에서는 ‘예’와 ‘악’이 겉으로는 다른 듯싶으나 그 근본에 있어서는 같으므로 밝은 임금은 서로 그 근본을 이어받아 고치지 않으면서 나라를 다스렸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시조에서도 그 내용과 형식이 겉으로는 다른 듯싶으나 그 근본에 있어서는 같으므로, 나라가 바뀌었어도 그 근본을 이어받아 고치지 않으면서 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고시조를 보면 ‘시조 내용’의 이름을 지닌 작품들이 있다. 먼저 생각나는 게 ‘우탁’의 ‘탄로가’(歎老歌)이다. 고려 충선왕이 숙비에 빠져서 나라가 혼란해지자, ‘우탁’(禹倬: 1263~ 1342)은 거적을 짊어지고 흰 옷차림으로 대궐로 들어가서 왕의 그릇됨을 지적했다. 그는 2수의 ‘탄로가’를 남겼는데 그중에 하나를 본다.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데없다,
저근덧 빌어다가 불리고자 머리 위에
귀 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그리고 ‘정몽주’(鄭蒙周: 1337~ 1392)의 ‘단심가’(丹心歌)도 있다. 이성계의 5째 아들 ‘이방원’(李芳遠)이 정몽주의 마음을 바꾸어 보려고 하였을 때, 정몽주는 이 ‘단심가’를 읊어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이 몸이 죽어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그런가 하면, 이시(李蒔: 1569~ 1636)의 ‘오로가’(烏鷺歌)도 있다. ‘이시’는 그의 셋째 아우인 ‘이강’(李茳)이 광해군의 조정에서 정언(正言)의 벼슬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그 벼슬자리에 나아갈 때가 아니라는 뜻을 이 시조로 밝혀서 풍자적으로 훈계했다.

까마귀 지지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