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절 무릇 돼지를 기르고
夫豢豕爲酒 非以爲禍也 而獄訟益繁 則酒之流生禍也 是故先王因爲酒禮 壹獻之禮 賓主百拜 終日飮酒而不得醉焉 此先王之所以備酒禍也 故酒食者所以合歡也 樂者所以象德也 禮者所以綴淫也 是故先王有大事 必有禮以哀之 有大福必有禮以樂之 哀樂之分皆以禮終(부환시위주 비이위화야 이옥송익번 칙주지류생화야 시고선왕인위주례 일헌지례 빈주백배 종일음주이불득취언 차선왕지소이비주화야 고주식자소이합환야 악자소이상덕야 례자소이철음야 시고선왕유대사 필유례이애지 유대복필유례이락지 애락지분개이례종).
무릇 돼지를 기르고 술잔치를 벌이는 것(爲酒)은 이로써 재앙을 만들려는 게 아닌데 옥송이 더욱 바쁜 것은 곧 술의 흐름이 재앙을 낳은 것이다. 이렇기에 선왕은 이어받아 ‘주례’(술의 예절)를 만들었다. ‘일헌의 예’(선비의 향례)에 손님과 주인이 서로 자주 절해서 하루 내내 술을 마셔도 취함을 얻지 못했다. 이것이 선왕의 ‘술 재앙을 대비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주식’(술을 주로 먹는 향례)이란 즐거움을 모으는 방법이다. ‘악’(음악)이란 ‘베풂’을 본뜨는 방법이다. ‘예’(예절)란 엉큼함을 그만두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기에 선왕은 무거운 일(喪事)이 있으면 반드시 ‘예’가 있고 이로써 이를 슬퍼했으며 큰 복(제사)이 있으면 반드시 ‘예’가 있고 이로써 이를 즐거워했다. 슬픔과 즐거움의 분수(제 신분에 맞는 한도)는 모두 ‘예’로써 마쳤다. (녹시 역)
‘시조’의 경우- <무릇 돼지를 기르고 술잔치를 벌이는 것(爲酒)은 이로써 재앙을 만들려는 게 아닌데 옥송이 더욱 바쁜 것은 곧 술의 흐름이 재앙을 낳은 것이다. 이렇기에 옛사람은 이어받아 ‘술과 시조 형식’을 만들었다. ‘일헌의 예’(선비의 시조 형식)에 손님과 주인이 서로 자주 절해서 하루 내내 술을 마시며 시조를 지어도 취함과 흐트러짐을 얻지 못했다. 이것이 옛사람의 ‘술 재앙을 대비한 방법’이다. 그러므로 ‘주식’(술을 주로 하는 시조 형식)이란 즐거움을 모으는 방법이다. ‘시조 내용’이란 ‘베풂’을 본뜨는 방법이다. ‘시조 형식’이란 엉큼함을 그만두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기에 옛사람은 커다란 일(喪事)이 있으면 반드시 ‘시조 형식’이 있고 이로써 이를 슬퍼했으며 큰 노래가 있으면 반드시 ‘시조 형식’이 있고 이로써 이를 즐거워했다. 슬픔과 즐거움의 분수(제 신분에 맞는 한도)는 모두 ‘시조 형식’으로써 마쳤다.>
[녹시 생각]
조선시대 선비들은 시(시조) 짓는 것을 기본 교양으로 여겨서 생활 중에 술을 자연스럽게 즐겼다. 선비들은 시회(詩會)를 열어 술잔을 기울이며 시(시조)를 짓기도 했고, 취흥을 바탕으로 영감을 얻어서 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문학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는 술의 풍류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며 그 취흥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여름이면 선비들이 탁족회(濯足會)를 만들어 술도 마시고 찬물에 발도 담그며 하루를 즐겼다. 하루 종일 하늘을 볼 수 없이 나무들이 울창했다는, 북한산 자락을 흐르는 계곡물은 얼마나 시원했을까. 멋진 시조창 한 가락이 저절로 흘러나왔을 성싶다.
고시조를 보면, 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예컨대 신흠(申欽: 1566~ 1628. ‘자’는 景叔. ‘호’는 象村)의 시조 한 수를 본다.
술이 몇 가지오, 청주와 탁주로다
먹고 취할선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이어니 아니 깬들 어떠리.
그런가 하면, 이렇게 노래한 고시조도 있다. 다음은 ‘김육’의 시조 한 수를 본다. 김육(金堉 1580~ 1658)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이다. 자(字)는 ‘백후’(伯厚)이고 호(號)는 ‘잠곡’(潛谷) 또는 ‘회정당’(晦靜堂)이라고 한다.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초당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져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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