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에서 서귀포까지] 편
남한산성 길을 걸으며
김 재 황
여기를 얼마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인가,
까마득한 그 기억은 나무 뒤에 숨었지만
눈뜨고 산길 오르는 내 발걸음 더디다.
성벽은 둥그렇게 옛 얘기를 가뒀으나
동서남북 그 네 성문 이끼 푸른 입을 열고
온 일이 지난 일보다 중하다고 말한다.
바람이 갑옷 입고 귀를 여는 수어장대
머뭇머뭇 깃발 앞을 먼 북소리 지나는데
저 아래 도시 한복판 내 그림자 눕는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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