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조

내장산국립공원/ 김 재 황

시조시인 2023. 6. 16. 06:06

[국립공원 기행] 편

 

                내장산국립공원

 

                                          김 재 황


(1)
물줄기 흐른 다음, 더욱 맑게 닦인 안뜰
새벽녘 울린 목탁 여문 어둠 쪼아 내고
내장산 두른 남루에 물결무늬 보탠다.

이승과 떨어져서 절벽 이룬 금선계곡
쏟아진 온갖 고뇌 고여 다시 짙어지면
신록은 소매를 걷고 신성봉을 일으킨다.

산봉들 울퉁불퉁 거친 숨을 몰아쉴 때
백련암 가는 길을 산바람이 이끄는데
서래봉 열린 옷자락 비린 살결 내비친다.

(2)
그늘이 짙을수록 물기 많은 땅이더니
잡으면 깃이 뽑힐 산의 길에 놓인 전설
불출봉 처진 어깨로 천 근 무게 얹힌다.

산속을 헤맨 이들 알 수 없는 세상살이
해망대 닿은 거리 짙은 안개 일렁여도
뻐꾸기 붉은 울음은 연지봉을 치닫는다.

시퍼런 호령으로 승병들을 지휘하던
말발굽 미끄러진 그 역사의 큰 비탈길
장군봉 늠름한 자태 긴 추억에 잠긴다.

(3)
노을을 듬뿍 찍어 비단 같은 하늘 앞에
비장한 산 마음을 한 획으로 밝혀 보면
문필봉 곧은 모습이 턱수염을 쓸어 낸다.

날마다 가꾸어서 윤기 흐른 저 날개깃
예뻐서 흰 영혼을 영원 앞에 접고 앉는
백학봉 여린 입김만 구름인 듯 피어난다.
                        
피리의 여음이여 정읍가의 가락이여
모질게 반짝이는 잎사귀의 이슬방울
이별이 못내 아쉬워 앙가슴을 태운다.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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