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놓은 가을 엽서] 편
우리가 사는 동안
김 재 황
높은 산 흐린 안개 오래도록 덮여 있어
가야 할 곳을 잃고 어지러운 발자국들
참나무 스쳐 지날 때, 산바람은 일어난다.
우거진 숲일수록 그 가슴에 짙던 그늘
가늘게 스미는 빛 여린 가지 깨우는데
여태껏 찾지 못했던 오솔길이 나타난다.
둥근 잎 떠는 자리 멀리까지 닿아 있어
지고 온 삶의 무게 비틀거린 발걸음들
하룻밤 쉬고 난 다음, 솜구름도 피어난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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