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아바님 가노이다/ 작가 미상
[원본]
아바님 가노이다, 어마님 됴히 겨오
나라히 부르시니 이몸을 니젓내다
來年의 이 時節 오나도 기다리지 마라쇼서.
[역본]
아버지 전 갑니다, 어머니 잘 계세요
나라에서 부르시니 이 몸 오직 따릅니다
해 가고 이때 되어도 기다리지 마세요.
[감상]
이 작품은 내용으로 보아 농민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병졸로 징집되어 떠나기 때문이다. 선비라면 아마도 병졸은 아니었을 성싶다. ‘가노이다’는 평서형 종결어미이다. ‘갑니다.’라는 뜻이다. ‘됴히’는 ‘좋이’이고 ‘좋게’ 또는 ‘안녕히’라는 뜻인데 나는 ‘잘’이라고 했다. ‘겨오’는 ‘계십시오.’라는 뜻. ‘니젓내다’는 ‘잊었네다’인데, ‘단념하고 생각하지 않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오직 따릅니다.’라고 그 뜻을 밝혔다. ‘~내다.’는 평서형 종결어미이다. ‘이 시절 와도’는 ‘이때가 와도’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는 어쩐지 슬픈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종장의 내용 때문일 것 같다. 해가 지나고 나서까지도 전쟁은 계속될 것 같으니 기다리지 말라는 말라는 말이 긴 여운을 준다. 언제 어디서나 졸벙은 고달프다. 지금도 일반병으로 징집되어 훈련을 받게 되면 몸과 마음이 고달프다. 우리도 의무를 지키기 위해 임했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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