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煙霞는 자욱한데/ 작가 미상
[원본]
煙霞는 자욱한데 月色은 희미하다
香陵閣 죠흔 집은 依舊하여 잇다마는
鄕人은 한 번 가고 다시 올줄 (모른다.)
[역본]
안개 놀이 잔뜩 끼어 달빛마저 흐릿하다
향릉각 좋은 집은 변함없이 있다마는
동향인 한 번 가더니 다시 올 줄 모른다.
[감상]
초장을 본다. ‘연하’는 ‘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자욱하다’는 ‘잔뜩 끼었다.’라는 말이다. ‘월색’은 ‘달에서 비쳐 오는 빛깔’이다. 이를 나는 그냥 ‘달빛’이라고 했다. 안개 놀이 자욱하게 끼었으니 달빛 또한 희미할 수밖에 없다. 느낌이 좀 무겁다. 중장으로 간다. ‘향릉각’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누각이라고 여길 뿐이다. 아마도 주변에 꽃이 있고 능이 보이는 위치에 세워진 누각이 아니가 한다. 또 좋은 집이라고 하였으니 멋지게 지었다고 본다. 그 누각이야 안개가 끼든 노을이 지든 상관 없이 늘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의구하여’는 ‘옛날 그대로 변함 없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종장으로 간다. ‘향인’은 ‘동향인’으로 ‘같은 고향 사람’이다. 이로 보아서 작가는 이 곳 사람이 아니라 타향인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기에 동향인을 거론하며 한 번 가더니 다시 돌아올 줄 모른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타향에서 동향인은 특별히 가까운 마음이 간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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