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煙霞는 자욱한데/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29. 15:02

139. 煙霞는 자욱한데/ 작가 미상

 

[원본]

 

煙霞는 자욱한데 月色은 희미하다

香陵閣 죠흔 집은 依舊하여 잇다마는

鄕人은 한 번 가고 다시 올줄 (모른다.)

 

 

 

[역본]

 

안개 놀이 잔뜩 끼어 달빛마저 흐릿하다

향릉각 좋은 집은 변함없이 있다마는

동향인 한 번 가더니 다시 올 줄 모른다.

 

 

 

[감상]

 

  초장을 본다. ‘연하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자욱하다잔뜩 끼었다.’라는 말이다. ‘월색달에서 비쳐 오는 빛깔이다. 이를 나는 그냥 달빛이라고 했다. 안개 놀이 자욱하게 끼었으니 달빛 또한 희미할 수밖에 없다. 느낌이 좀 무겁다. 중장으로 간다. ‘향릉각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누각이라고 여길 뿐이다. 아마도 주변에 꽃이 있고 능이 보이는 위치에 세워진 누각이 아니가 한다. 또 좋은 집이라고 하였으니 멋지게 지었다고 본다. 그 누각이야 안개가 끼든 노을이 지든 상관 없이 늘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의구하여옛날 그대로 변함 없이라는 뜻이다. 이번에는 종장으로 간다. ‘향인동향인으로 같은 고향 사람이다. 이로 보아서 작가는 이 곳 사람이 아니라 타향인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기에 동향인을 거론하며 한 번 가더니 다시 돌아올 줄 모른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타향에서 동향인은 특별히 가까운 마음이 간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