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뎌 가난 뎌 사람아/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30. 15:42

152. 뎌 가난 뎌 사람아/ 작가 미상

 

(원본)

 

뎌 가난 뎌 사람아 네집이 어듸매오

나난 定處업서 간대마다 집이로다

옷버서 술 바든 집은 다 내집인가 하노라.

 

 

 

[역본]

 

저기 가는 저 사람아, 네 집이 어디인가

나 말인가 떠돌이니 간 곳마다 집이라네

벗은 옷 받는 곳이면 내 집으로 여긴다.

 

 

 

[감상]

 

  초장을 본다. 아무래도 이 집 저집으로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 있었나 보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떠돌이이다. 그래서 딱한 마음에 저기 가는 저 사람을 불러서 네 집이 어디인가를 묻는다. 사람은 누구라도 머물 곳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신분을 밝혀지게 된다. 동가식 서가숙! 비록 김삿갓이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나,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뜻이 있어 짐짓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하고 무작정 떠도는 사람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중장으로 간다. 그 사람이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나 말인가? 가는 곳마다 내집이라네.” 그 말도 틀리진 않는다. 가는 곳에 정을 주면 그 곳이 내 집이 된다. 그냥 집만 있다고 내 집은 아니다. 그 집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 내 집이다. 종장으로 간다. 이런데 여기에서 엉뚱하다. 벗은 옷 받는 곳이 어디인가? 그건 술집이 아닌가? 옛날에는 옷을 맡기고 술을 사먹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그는 술꾼이 틀림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부정적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