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고시조 감상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작가 미상

시조시인 2023. 12. 30. 15:44

153.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작가 미상

 

[원본]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마리 됴흔 閣氏

初生 반달갓치 비최지나 마로렴은

갓뚝에 석은 肝腸이 봄눈스듯 하여라.

 

 

 

[역본]

 

저 넓은 창 높은 집에 좋은 머리 젊은 여자

초승 녘에 뜬 반달처럼 비치는 일 없을 것을

그 덕에 썩은 간장이 봄눈 녹듯 풀린다.

 

 

 

[감상]

 

  초장을 본다. ‘광창넓은 창을 나타낸다. 창이 넓으면 잘사는 집이다. 부유한 가정의 젊은 여자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머리가 좋다.’는 말은 무엇인가? 작가는 이 여자를 창문을 통해 보았을 것 같다. 그러니 여기에서 머리가 좋다.’라는 것은 똑똑하다.’라는 의미는 아닐 성싶다. 아무래도 머릿결이 탐스럽다.’라고 보아야 옳다. 그 일이야 멀리에서 보아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으로 간다. ‘초생초승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초생갓 태어난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보아서 이는 초승 녘이다. 그 다음에 이어서 반달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비치지나 말 것을이라는 뜻은 그 젊음 여인을 보고 또 마음을 앓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담겨 있다. 종장을 본다. 이별의 아픔을 지닌 남자라면 탐스러운 여자가 그 아픔의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 여지를 본 덕분에 임과 이별하여 썩은 간장의 응어리가 봄눈이 녹듯이 풀린다니, 다행한 일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