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작가 미상
[원본]
저 건너 廣窓 놉흔 집의 마리 됴흔 閣氏님
初生 반달갓치 비최지나 마로렴은
갓뚝에 석은 肝腸이 봄눈스듯 하여라.
[역본]
저 넓은 창 높은 집에 좋은 머리 젊은 여자
초승 녘에 뜬 반달처럼 비치는 일 없을 것을
그 덕에 썩은 간장이 봄눈 녹듯 풀린다.
[감상]
초장을 본다. ‘광창’은 ‘넓은 창’을 나타낸다. 창이 넓으면 잘사는 집이다. 부유한 가정의 젊은 여자를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머리가 좋다.’는 말은 무엇인가? 작가는 이 여자를 창문을 통해 보았을 것 같다. 그러니 여기에서 ‘머리가 좋다.’라는 것은 ‘똑똑하다.’라는 의미는 아닐 성싶다. 아무래도 ‘머릿결이 탐스럽다.’라고 보아야 옳다. 그 일이야 멀리에서 보아도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으로 간다. ‘초생’은 ‘초승’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초생’은 ‘갓 태어난’이라고 풀이된다. 그러나 문맥상으로 보아서 이는 ‘초승 녘’이다. 그 다음에 이어서 반달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비치지나 말 것을’이라는 뜻은 그 젊음 여인을 보고 또 마음을 앓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담겨 있다. 종장을 본다. 이별의 아픔을 지닌 남자라면 탐스러운 여자가 그 아픔의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 여지를 본 덕분에 임과 이별하여 썩은 간장의 응어리가 봄눈이 녹듯이 풀린다니, 다행한 일이다.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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