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자나믄 보라매를/ 작가 미상
[원본]
자나믄 보라매를 구름밧긔 띄워두고
닷난 말 채쳐서 큰 길의 노하시니
아마도 丈夫의 快事난 이뿐인가 하노라.
[역본]
한 자 넘는 보라매를 구름 밖에 날려 놓고
달리는 말 매운 채찍, 넓은 길로 놓았으니
아마도 사내 기쁜 일은 이뿐인가 한단다.
[감상]
초장을 본다. ‘자나믄’은 ‘한 자 남짓한’이라는 말이다. ‘보라매’는 사냥을 하려고 길들인 매의 일종이다. 아마도 그 날개 길이가 한 자는 넘는 성싶다. 크고 멋진 매를 사냥을 위해 넓은 하늘에 날려 놓았다. 그야말로, 사냥이 시작되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매를 보면 정말 믿음직스럽다. 날카로운 매의 눈에 띄는 것이라면 결코 놓칠 리가 없다. 중장으로 간다. ‘닷난 말’은 ‘달리는 말’이다. 그리고 ‘채쳐서’는 ‘채찍질하여’라는 뜻이다. 또, ‘노하시니’는 ‘놓았으니’를 가리킨다. 매를 날려 놓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사냥꾼은 말을 달려서 매가 향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늦으면 잡은 사냥감을 놓칠 수도 있고, 매가 먹어 버릴 수도 있다. 종장으로 간다. ‘장부’는 ‘대장부’를 일컫고, ‘쾌사’는 ‘통쾌한 기쁜 일’이다. 이처럼 사냥을 하는 일은 아녀자가 할 일은 결코 아니다. 사내 대장부라야 멋지게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사냥감을 가지고 돌아가면 온 식구가 반길 터이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시조시인 김 재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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