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소개

김재황 평론집 '들꽃과 시인'

시조시인 2005. 9. 2. 07:12


 

김재황 평론집 '들꽃과 시인' 서민사 1998출간. 248쪽 값8000원 전화 (02)396-6501

 

책 머리에

 

 들꽃들은 하늘의 뜻대로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어떻게 살아야 올바로 사는 것인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꽃을 피워서 이 세상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그 삶이야말로 하늘에서 보시기에 너무나 합당하다.

 이 땅에서 나서 자라는 들꽃들을 보면, 그 모습이 우리와 너무나 닮았기에 놀랄 때가 많다. 주름져 있는 이마며, 추위를 물고 있는 입술이며, 환하게 웃고 있는 눈빛까지 우리의 모습을 신기하게 쏙 빼어 닮았다. 그리고 들꽃 중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더하고 덜함이 있듯이, 우리 삶의 아름다움도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는 누구일까. 아무래도 그 첫째는 시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 하늘에는 별이 있고 이 땅에는 꽃이 있으며 우리 마음에는 시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영혼을 불살라서 탄생되는 시는, 우리 가슴에 들어와서 아름다운 서정의 꽃을 피운다. 그렇게 탄생된 그 꽃 하나하나는 저마다 독특한 얼굴과 색깔과 향기를 지니게 된다. 저 산과 들에 피어나는 들꽃처럼.

 나는 평소에 들꽃과 시인이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영혼뿐만 아니라, 삶의 모양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 후에 본격적으로 들꽃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그 공통분모를 찾는 작업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들꽃마다의 특성을 밝혀 내고, 그 이미지와 가장 합당한 시인을 찾아내는 일,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여러 문인들과의 교류가 적었던 점도 문제려니와, 각 시인에 대한  자세한 내력을 알아내는 데에도 그 빈약한 자료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이번에는 방법을 바꾸어서, 나는 먼저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에 대하여 모든 사실을 조사한 다음, 그 이미지에 부합되는 들꽃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비로소 25명의 시인과 25종의 들꽃이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들꽃들, 그들을 닮은 것끼리 짝을 맞추는 일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인은 이 세상을 떠나도, 그의 이미지는 영원히 들꽃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 들꽃으로 우리 가슴에서 늘 아름답게 피어날 테니까.

 아무튼 나의 이러한 충정이 여러 사람들의 가슴으로 전해져서 시인과 들꽃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으면 한다.

 

                                                                                                     1998년 4월

 

                                                                                            낙성대에서 김재황                

 

차  례

 

송수권 시인- 시골 들판을 감싸는 쑥부쟁이

한분순 시인- 작고 순수함이 빛나는 애기나리

박태진 시인- 영국 신사의 냄새가 풍기는 까치수영

황금찬 시인- 천진한 웃음이 피어나는 동자꽃

김남주 시인- 용기와 헌신을 보이는 투구꽃

허영자 시인- 삶의 향기를 지닌 솔나리

구  상  시인- 귀공자의 느낌을 주는 둥굴레

박정만 시인- 서늘한 표정을 짓는 제비꽃

김남조 시인- 사랑과 인내를 안는 큰앵초

조병화 시인- 어머니를 그리는 초롱꽃

고  은  시인- 흔들거리며 살아가는 바람꽃

김초혜 시인- 슬픈 기다림에 젖는 물봉선

천상병 시인- 봄 소풍을 즐기는 양지꽃

김후란 시인- 평화의 모습을 여는 민들레

정완영 시인- 고향 언덕에서 만나는 구절초

조지훈 시인- 선비의 모습을 간직한 금붓꽃

유안진 시인- 분홍빛 그리움에 물든 금낭화

이성선 시인- 하늘 문을 두드리는 솜다리

박재삼 시인- 정한을 가득 머금은 들현호색

신경림 시인- 나그네를 생각하게 하는 패랭이꽃

류제하 시인- 정의롭게 일어서는 칼잎용담

김춘수 시인- 깡마른 면모를 가꾸는 금마타리

김용오 시인- 고독을 사랑하는 뻐꾹채

이  탄  시인- 밝은 영혼으로 다가오는 입금화

제해만 시인- 무거운 종소리가 들리는 모시대

 

부록: 식물 이야기

사랑, 그 기다림에 대하여--금강초롱 외

기쁨, 그 따뜻함에 대하여--복수초 외

설화, 그 순결함에 대하여--솜다리 외

이별, 그 서러움에 대하여--물봉선 외

새싹, 그 싱싱함에 대하여--애기나리 외

단풍, 그 뜨거움에 대하여--은행나무 외

묵향, 그 은은함에 대하여--붓꽃 외

열매, 그 넉넉함에 대하여--노박덩굴 외

입술, 그 가련함에 대하여--앵초 외

눈물, 그 연연함에 대하여--보춘화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