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인

늦가을의 백리향 김 재 황 아무리 시려움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아름다움 그 하나는 잃지 않고 서 있겠다 선비의 높은 품격이 향기 또한 풍기네.

사철나무 열매를 보며 김 재 황 저 붉은 보석함에 또 하나의 붉은 보석 지고 있는 늦가을을 새 빛으로 채우느니 내 눈도 크게 뜨여서 내 발길이 멎는다.

단풍 이미지 김 재 황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며 살았는지 왜 그리도 사는 일이 바쁘기만 하였는지 물으면 어느 잎들은 붉은 물이 듭니다. 푸른 하늘 바라보기 부끄럽지 않았는지 주먹 쥐고 걷는 길에 베풀기는 잘했는지 다시 또 어떤 잎들은 붉은 물이 듭니다.

미선나무 열매 김 재 황 산들바람 일으키는 시원스런 열매더니 욕심 없는 흙빛으로 넓게 펼친 마음이네 아는가, 밝은 앞날이 그 가운데 있음을.

산사나무를 보며 김 재 황 성실히 일한 덕분에 큰 보람을 얻었나니 지나치는 이들에게 자랑해도 괜찮을 듯 공연히 수줍음으로 얼굴 붉힐 필요 없네.

붉나무를 보며 김 재 황 네 이름 밝힌 대로 가을 단풍 붉디붉고 작은잎들 새깃처럼 겹잎으로 달렸구나 벌레혹 그 오배자가 약과 물감 되는가.

천연 브로치 김 재 황 참 곱게 만들었다, 작살나무 이 브로치 나에게 가장 고마운 그 사람이 누구일까 아내의 시린 가슴에 훈장처럼 달아 주리.

독일가문비나무를 보며 김 재 황 서 있는 너를 보면 먼 나라 이방인 같다 비에 젖은 너를 보면 넋이 나간 여인 같다 오늘도 푸른 하늘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

물드는 계수나무를 보며 김 재 황 하늘이 높아지니 나무 또한 서러운가 푸르던 나뭇잎이 붉은 빛에 젖는구나 마음속 찬 물소리로 보름달이 떠온다.

팽나무 열매 김 재 황 조그만 열매 안에 더운 시대 숨어 있네 사내 애들 병정놀이 즐기던 때 담겨 있네 땀나게 팽나무 팽총 쏘며 놀던 그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