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열매를 보며/ 김 재 황 팽나무 열매를 보며 김 재 황 ‘귀엽다, 작은 열매’ 안으면 귀 열리지 장난감 귀한 시절 신나게 갖고 놀던 팽팽팽 팽나무 팽총 다시 듣는 그 소리. (2012년) 동시조 2022.09.22
매미가 나오는 여름 노래/ 김 재 황 매미가 나오는 여름 노래 김 재 황 숲길을 걸어가면 맴맴맴맴 매미 소리 한여름 무더위도 귀를 막고 맴을 도니 그게 또 재미있는지 더욱 맵게 맴맴맴. 후두두 소나기에 나무들은 ‘만세!’하고 매미들 노래 소린 젖을까 봐 단박에 뚝- 한 줄기 내릴 뿐인데 위로 휘는 무지개. (2011년) 동시조 2022.09.22
딱따구리 그 소리/ 김 재 황 딱따구리 그 소리 김 재 황 어디서 들리는지 닫힌 하늘 닦는 소리 오랜만에 안아 보는 나무 기둥 쪼는 소리 똑똑똑 조심스럽게 이른 아침 열고 있다. 기지개 켜는 숲을 곱고 맑게 울린 소리 어슴푸레 솟은 산을 깊고 멀게 흔든 소리 똑똑똑 여민 부리로 세상 문을 두드린다. (2011년) 동시조 2022.09.22
딸과 아빠/ 김 재 황 딸과 아빠 김 재 황 동무들과 놀고 있던 네 살배기 어린 딸이 나를 보자 달려와서 힘껏 내 손 붙잡으며 “애들아, 우리 아빠다!” 으쓱대며 말했네. 세상에 내세울 건 하나 없는 나였지만 딸에겐 이 아빠가 으뜸으로 보였을까, 아주 먼, 일이긴 해도 어제인 듯 파랗다네. 지금도 그때 그 일 항상 품에 안고 살지 흔들리는 내 발걸음 보여 주지 않기 위해 떳떳이 멋진 아빠로 자식 앞에 서기 위해. (2009년) 동시조 2022.09.21
아기 걸음마/ 김 재 황 아기 걸음마 김 재 황 이리로 걸어 봐라, 엄마들이 부른 소리 엄마들 그 손짓에 아기들은 아장아장 한바탕 걸음마 길에 꽃자리가 펼쳐진다. 이리로 빨리 와라, 엄마들이 끄는 소리 엄마들 그 눈짓에 아기들은 방글방글 한바탕 걸음마 길에 웃음꽃도 피어난다. (2004년) 동시조 2022.09.21
솜사탕 고운 꿈이/ 김 재 황 솜사탕 고운 꿈이 김 재 황 즐겁게 노래 얹어 빙글빙글 도는 대로 피어난 구름 같은 솜사탕이 둘립니다, 달콤히 막대기 끝에 입맛 다신 마음 끝에. 보란 듯 높이 들면 온 들녘이 아른아른 솜사탕 고운 꿈이 봄나들이 떠납니다, 하얗게 몸 부풀리고 마음 바빠 목을 빼고. (2004년) 동시조 2022.09.21
낙상홍 그 열매/ 김 재 황 낙상홍 그 열매 김 재 황 모난 겨울 몰려와도 그 마음은 동글동글 가는 추위 감길수록 그 눈빛은 초롱초롱 내 사랑 감싸 안으니 왈칵 울음 쏟을 듯- (2016년) 동시조 2022.09.21
전철을 기다리며/ 김 재 황 전철을 기다리며 김 재 황 약속 시간 지키느라 그 걸음이 빨라지고 숨기는 일 없더라도 땅 밑으로 달리는데 땡땡땡 ‘차 들어온다.’ 알릴 줄도 아는군. (2016년) 동시조 2022.09.21
달빛 엄마/ 김 재 황 달빛 엄마 김 재 황 시무룩한 강물인데 뾰로통해 산은 솟고 소나무는 바늘잎에 밤나무는 바늘 열매 달빛만 엄마 손길로 토닥토닥 잠재우네. (2004년) 동시조 2022.09.21
뵙는 기쁨에/ 김 재 황 뵙는 기쁨에 김 재 황 아침에 부지런히 학교로 가는 길은 한둘씩 아이들이 모여들어 왁자지껄 선생님 뵙는 기쁨에 발걸음이 가볍다. 저녁에 부리나케 집으로 가는 길은 한둘씩 아이들이 헤어져서 헐레벌떡 어머니 뵙는 기쁨에 발걸음이 바쁘다. (2004년) 동시조 2022.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