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수세미/ 김 재 황 아기와 수매미 김 재 황 아기는 말을 아직, 울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가 들으라고 크게 울음 쏟습니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아, 어서 빨리 젖을 줘!” 매미는 글을 아직, 울 수밖에 없습니다, 짝꿍이 들으라고 멀리 울음 날립니다. “외로워 미칠 것 같아, 빨리 와서 만나 줘.” (2004년) 동시조 2022.09.20
아빠의 푸성귀/ 김 재 황 아빠의 푸성귀 김 재 황 힘들게 가꾼 상추, 한 바구니 따오셨다, 점심상에 올라앉은 땀방울의 풋풋한 내 꽉 한입 넣고 깨물면 푸른 맛도 번진다. (2004년) 동시조 2022.09.20
참새의 봄/ 김 재 황 참새의 봄 김 재 황 가지를 흔들면서 참새들이 떼를 쓴다, 빨리 눈을 틔우라고 어서 꽃을 피우라고 온종일 짹짹거리며 못 견디게 보챈다. (2004년) 동시조 2022.09.20
산길을 오르자니/ 김 재 황 산길을 오르자니 김 재 황 목마른 여름날에 산길을 오르자니 옹달샘 물소리가 귓바퀴에 날아든다, “이봐요, 목마르세요?” 내 소매를 잡는다. (2004년) 동시조 2022.09.20
춤추며 사는 나비/ 김 재 황 춤추며 사는 나비 김 재 황 자그만 꽃밭에서 춤 펼치며 사는 나비 너울너울 춤바람에 절로 날개 들썩인다, 활짝 편 쥘부채 하나, 꽃송이를 세운다. 따뜻한 꽃밭에서 춤에 겨워 사는 나비 산들산들 봄바람에 홀로 머리 흔들린다, 넓게 편 꿈자리 하나, 꽃송이를 앉힌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
개나리 핀 까치고개/ 김 재 황 개나리 핀 까치고개 김 재 황 나직한 언덕 넘어 학교 가는 즐거운 길 개나리 가지마다 노란 꽃을 피웠어요, 우리가 지나갈 때면 노란 꿈이 막 피어요. 산자락 골라 딛고 학교 가는 정다운 길 가지가 흔들리니 노란 웃음 보였어요, 우리를 만나게 되면 노란 눈짓 막 보내요. (2004년) 동시조 2022.09.19
첫 버스 첫 손님/ 김 재 황 첫 버스 첫 손님 김 재 황 아직은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진 새벽 어둠을 가르면서 첫 버스가 떠납니다, 첫 손님, 경비 아저씨 태우고서 갑니다. 아직은 사람들이 젖은 꿈을 닦는 새벽 바람을 가르면서 첫 버스가 달립니다, 첫 손님, 청소 아줌마 태우고서 갑니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
저 관악산도/ 김 재 황 저 관악산도 김 재 황 맑은 날의 관악산은 그 모습이 밝더니만 먹구름이 짙은 날엔 그 얼굴이 참 어둡고 가랑비 내릴 때마다 그렁그렁 눈물 괸다. 당당하게 일어서서 저 하늘을 받쳤어도 어느 깊은 골짜기에 슬픔 그리 숨겼는지 뻐꾸기 크게 울 때면 관악산도 목이 멘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
우리 동네 우체통/ 김 재 황 우리 동네 우체통 김 재 황 골목길 모퉁이에 우체통이 있습니다, 편지 쓰기 싫어하니 헛배 자꾸 불러 가고 무겁게 졸음 쏟아져 입 벌리고 섰습니다. 오늘은 우체통이 비를 맞고 있습니다, 빨간 몸이 젖을수록 더욱 타는 그 마음을 무심코 옆을 스칠 뿐, 아는 이가 없습니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
동그란 우물/ 김 재 황 동그란 우물 김 재 황 동그란 우물 속엔 동글동글 하늘 있네, 낮이면 동근 해님 그 이마와 마주하고 밤이면 동그란 달님 동근 눈길 내린다. 동그란 우물 속엔 동글동글 얼굴 있네, 봄마다 동근 꽃잎 그 숨결과 이어지고 꿈마다 동그란 누님 동근 마음 비친다. (2004년) 동시조 2022.09.19